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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선 우방이… 안에선 의회가 태클, 2차 이란 핵협상 오바마 ‘이중고’

입력 | 2013-11-21 03:00:00

의회에 “이란제재 보류” 요청하자… 2시간도 안돼 “관대한 합의 반대”
이스라엘-사우디는 이란공습 논의




이란과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독일)의 핵협상이 20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 본부에서 사흘 일정으로 열렸다. 유럽연합(EU) 캐서린 애슈턴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오후 P5+1 대표들과 함께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과 만나 앞으로 협상 진행을 위한 첫 회의를 가졌다.

이날 협상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내외 반대파 설득을 위한 막판 총력전을 벌였다. 그러나 의회와 이스라엘 등 동맹국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어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우세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오전 상원 주요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간사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이란 제재 법안 처리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의회에 제출한 2014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는 이란 추가 제재안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 위원장들을 만난 지 2시간도 되지 않아 존 매케인, 찰스 슈머 등 유력 상원의원 6명은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은 이란에 지나치게 관대한 합의안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원 외교위원회의 에드 로이스 위원장과 엘리엇 앵글 간사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오바마 행정부가 내놓은 협상안이 걱정스럽다. 이란의 핵 개발을 도와줄 뿐”이라고 경고했다. 미 의회가 협상에 견제구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협상 타결에 반대하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17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이란 공습 방안 논의에 들어갔다.

오바마 행정부는 시리아 사태에 이어 이란 협상에서도 외교적 해결에 기대를 걸고 있다. 건강보험 개혁안 논란 등 국내 악재도 많아 이란 협상은 오바마 행정부에 절실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월스트리트저널 기업인 모임 연설에서도 “미국의 협상안대로 이란 제재를 완화하더라도 이란은 아직 금융, 석유 수출 제재를 많이 받고 있다”며 막판 설득 작업을 벌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이 6개월 동안 핵 시설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이란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협상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의회에서는 한 번 해제된 제재를 다시 가동하는 것은 어려우며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이란이 약속을 지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주장이 상원과 하원, 민주당과 공화당 가릴 것 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협상 당사국들은 이란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9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했다. 영국 총리실은 “캐머런 총리가 로하니 대통령에게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하고 투명성 확보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현직 영국 총리와 이란 대통령의 통화는 2002년 토니 블레어 총리와 무함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통화 이후 11년 만이다.

이에 앞서 로하니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전화 회담을 하고 “이란에 대한 서방국들의 너무 과도한 요구가 협상 타결을 막을 수 있다”며 지지를 요구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협상 개시 직전 “주권국가로서 이란이 갖는 핵 주권을 지켜내는 것이 협상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정미경 mickey@donga.com
파리=전승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