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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 스와질란드는 코카콜라 왕국?

입력 | 2013-11-21 03:00:00

“국왕과 유착 비자금 지원 의혹… 세제 혜택 등 각종 이권 챙겨”




‘스와질란드를 지배하는 것은 왕과 코카콜라?’

코카콜라가 아프리카 대륙 남동쪽에 위치한 입헌군주국 스와질란드에서 국왕 음스와티 3세(45)와 깊은 관계를 맺고 권위적 통치를 사실상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이 또다시 제기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전했다.

음스와티 3세의 개인 비서로 7년 동안 근무했다는 샘 음콤베 씨는 “왕은 코카콜라가 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그는 2007년 음스와티 3세가 코카콜라의 애틀랜타 본사를 방문할 때 함께했다. 전직 코카콜라 직원 및 정부 관료들도 “코카콜라는 스와질란드에서 원하는 것이 있으면 로비스트나 정치인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왕을 찾아간다”며 “코카콜라 고위 간부들이 왕과 그의 측근들을 정기적으로 만났다”고 주장했다.

국왕과 코카콜라의 깊은 관계 뒤에는 막대한 경제적 이득이 놓여 있다. 스와질란드의 한 전직 장관에 따르면 스와질란드에 대규모 농축원액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코카콜라는 6%의 법인세를 내고 있다. 이는 공식 법인세율인 27.5%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코카콜라는 그 대가로 스와질란드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해준다. 현지에서 생산된 코카콜라가 스와질란드 전체 수출량의 50%,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한다. 결국 코카콜라의 사업이 번창할수록 음스와티 3세가 쓸 수 있는 돈도 더 많아지는 것. 국제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음스와티 3세가 지난해에만 정부 예산 중 2600만 달러(약 275억 원)를 가져가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사용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 나라 전체 인구의 3분의 2에 이르는 80만 명의 국민이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스와질란드 노동자연맹의 무사 흘로페 전 회장은 “만약 코카콜라가 힘을 써준다면 변화를 위한 잠재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1986년 아버지로부터 왕권을 물려받은 음스와티 3세는 정당 활동을 금지하고 반정부 활동가나 노조 지도자들을 체포, 투옥하는 등 전제정치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대해 코카콜라는 “회사 정책에 따라 우리는 주권국가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사업상 이익을 위해 정치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우리의 고위 간부들이 왕을 정기적으로 만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적용받고 있는 법인세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엑손모빌, 네슬레 등도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의 독재자들을 사실상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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