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 ★★★☆
남동생과 함께 복지원에 버려진 소녀가 폭행당하는 장면. 전하고자 하는 처참한 상황을 명확하게 표현하면서 자극적 묘사는 자제했다. 떼아뜨르 봄날 제공
제작자인 듯했다. 공연이 끝난 뒤 출구 옆에 서있던 그가 티켓판매 대행사 관계자로 보이는 관객 두 명에게 다가가 물었다. 엿들으려 한 것은 아닌데 귀에 묘하게 걸렸다. 버스정류장 쪽으로 걸어가며 생각했다. ‘별로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은데.’
15일 막을 올린 연극 ‘해피투게더’의 재료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형제복지원은 1987년 원생 35명이 탈출하고 그 과정에서 1명이 폭력에 의해 사망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12년 동안 530여 명이 감금 상태에서 의문사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원장이 2년 6개월 징역형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희곡도 쓴 이수인 연출은 자아도취의 함정을 재치 있게 피했다. 배우들이 120분 내내 최우선으로 존중하는 것은 관객의 ‘연극 보는 재미’다. 그렇다고 어설픈 유머를 늘어놓지도 않는다. 틀림없이 어두운 이야기지만 맛깔 나는 짜임새 덕에 보고 듣기가 버겁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둔 사람과 갇힌 사람이 무대 위에 공존한다. 가둔 사람은 “내일 뭘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내일 뭘 할지 분명히 알 수 있는 세상으로 인도했다”고 말한다. 갇힌 사람은 무턱대고 끌려와 매 맞고 짓밟혔던 기억을 하나하나 재현한다. 판단의 방향을 미리 정해놓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이런 일이 있었다’고 담담히 들려준다. 당시 뉴스와 신문 스크랩 영상이 잠시 등장하고, 구석에 나란히 앉은 두 여배우의 노래와 추임새가 윤활유처럼 극의 흐름을 돕는다. 모든 부수적 요소가 이야기의 양감을 풍성하게 만드는 본분을 세련되게 지켜낸다.
제작자의 걱정은 두 가지일 것이다. 프로그램 북에 밝힌 상업적 실패의 위험, 그리고 ‘옛 정부’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장면과 대사들. 이 연극은 하반기 개막한 어떤 상업적 작품보다 밀도 높은 재미를 선사한다. 비판은 날카롭지만 절도 있는 연극적 틀 안에서 진행된다. 걱정할 필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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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