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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일터의 빛, 장애의 그늘 걷어내다

입력 | 2013-11-21 03:00:00

대전혜광학교 직업재활 교육 성과
“우리도 일할 수 있다” 학생들 자신감




대전 동구 가오동의 대전혜광학교 내에 있는 학교기업 ‘카페 뜰’에서는 학생들이 카페 직원 복장으로 일을 하고 있다. 스타벅스와 대전시 등이 운영하는 건강카페 등에 취업하면서 직업인으로서의 꿈을 키워 나간다. 카페는 동네 주민들의 인기 높은 쉼터이기도 하다. 대전혜광학교 제공

올해 2월 정신지체 특수학교인 대전혜광학교 전공과정(전문대에 해당)을 졸업한 김응진 씨(21)는 재학생 때인 지난해 8월부터 대전 중구의 스타벅스 은행점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취업이 확정되자 “세계적인 기업에서 일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 감정은 여전해 도전적인 자세로 일하고 있다는 게 학교 측의 말이다. 국내 장애인 학교기업 1호인 대전혜광학교가 학교 기업을 통해 이뤄 내고 있는 직업 재활 교육의 성과다.

○ ‘취업할 수 있다’ 자긍심 높아진 학생들

1995년 개교한 혜광학교(교장 송석웅)에는 유치원 초중고 전공과정 251명이 재학 중이다. 이 가운데 전공과정 학생은 5개 분야 8개 학급에 걸쳐 77명이다. 장애 학생들 대부분은 특수학교를 졸업하면 가정으로 돌아가거나 보호기관에 위탁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혜광학교 학생들은 전문적인 직업 재활 교육을 통해 자립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2009년 전국 최초로 문을 연 학교기업들이 직업 재활의 문을 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이후 전국적으로 특수학교들이 이를 벤치마킹해 학교기업을 만들었다. 최영철 교감은 “여기서 약간의 수입도 발생하는데 이는 다시 학생들의 장학금이 된다”며 “직업 재활 교육으로 ‘2009년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고 말했다.

‘파인 잡’이라는 이름의 학교기업에는 천연비누를 생산 판매하는 ‘비누공방’, 운동화 빨래 등을 대신해 주는 ‘클린세탁’, 청소 등을 대신해 주는 ‘서비스용역’, 기업의 임가공을 담당하는 ‘조립 외주 활동’, 바리스타 교육을 하는 ‘카페 뜰’ 등의 과정이 있다.

○ ‘지켜봐 주는 배려 필요’

이 가운데 바리스타 교육을 하는 ‘카페 뜰’은 학교기업으로 학생들의 직업 재활 훈련장이면서 실제 카페로 지역 주민들의 휴식 공간이 되고 있다. 지난해 6명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획득해 스타벅스를 비롯해 건강카페 시청점 등에 취업했다.

학교기업이 운영되면서 전체적으로 취업자가 크게 늘었다. 학교기업이 생기기 전 1, 2명에 불과하던 취업자가 2011년에는 졸업생 45명 중 10명(22%), 2012년에는 졸업생 43명 중 13명(30%)이 취업했다. 재학 중에도 대학교 구내식당 급식 보조와 우체국 우편 분류 업무 보조 등으로 일하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자긍심이 높아진 게 주목할 만하다. 김응진 씨의 경우 스타벅스에 취업한 이후 표정이 무척 밝아졌다. 아직 본격 바리스타로서 일하지 못하고 부자재 준비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일반인도 쉽지 않다는 스타벅스 마스터 과정 공부도 준비하고 있다. 전공과정의 유정애 교사는 “학생들이 자격증을 따고 실제로 취업하게 되면서 위축됐던 목소리가 커지고 표정도 밝아졌다”며 “지체장애인들도 익숙해지면 능력을 발휘하는 만큼 편견을 버리고 그들이 취업 초기 고용 환경에 낯설어할 때 적응하도록 이해하고 지켜봐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