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객-올레꾼-중국인 몰려 올해 976만명… 작년보다 11%↑쇼핑 등 관광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
제주 관광객 10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둔 가운데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제주시 해안관광지인 용두암에 내외국인 관광객이 몰렸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도에 따르면 올 들어 17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내국인 759만5700여 명, 외국인 216만4900여 명 등 976만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74만 명에 비해 11.7% 증가했다. 10년간 관광객 연평균 증가율 8.3%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것. 이런 추세라면 27, 28일이면 1000만 명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제주관광 양적 팽창
제주는 거대한 협곡과 웅장한 폭포 등은 없지만 아기자기한 자연이 최고의 관광자원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1849km²의 섬에 폭포, 오름(작은 화산체), 한라산, 하천, 호수, 습지, 용암동굴, 해수욕장 등 다양한 자연자원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등 자연과학분야 3개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것도 이들 자연자원이 바탕이 됐다. 여기에 곰 인형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수많은 테마파크는 관광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제주의 ‘속살’을 느끼며 천천히 걷는 올레길은 생태여행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으며 뭍(육지)사람들의 ‘제주이민’을 유행시키는 계기가 됐다.
경희대 김철원 교수(호텔관광)는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연 제주는 이제 양적 성장 목표를 버리고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관광객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고급 레저스포츠, 체류형 휴양, 공연, 쇼핑, 회의산업 등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 관광정책 변화 필요
양적으로는 급증했지만 내외국인 1인당 소비 지출액은 제주가 44만6000원으로 미국 하와이 182만 원, 일본 오키나와 93만 원, 대만 181만 원에 비해 턱없이 낮다. 제주에서 관광객이 ‘지갑’을 열 만한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인을 겨냥한 시내면세점도 제주시 신라면세점, 서귀포시 롯데면세점 등 2곳밖에 없어 쇼핑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제주도는 관광객 1000만 명 이후를 대비하는 비전과 전략 수립을 통해 해외 관광시장 다변화, 외국인개별관광객(FIT) 유치 본격화, 글로벌 수준의 수용태세 업그레이드 등의 정책을 수립할 예정이지만 질적 향상 여부는 숙제로 남아있다. 제주대 송재호 교수(관광개발)는 “관광객이 늘어났지만 소득과 고용에 기여하는 관광의 지역밀착도가 취약하다”며 “성장주의를 경계하고 공생 공존의 생태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