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빙판길에 강한 국산·수입 4륜구동 자동차들
쌍용자동차 코란도C
4륜구동은 말 그대로 네 개의 바퀴로 차를 굴리는 방식이다. 앞바퀴(전륜)나 뒷바퀴(후륜)에만 힘을 전달하는 2륜구동과 달리 엔진의 힘을 네 바퀴에 전달해 주행 시 안정성을 높여준다.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연료소비효율(연비)이 2륜구동보다 떨어진다. 날카롭게 코너링을 돌아 나가는 운전의 재미도 떨어진다.
그래도 4륜구동은 인기다. 한국에선, 특히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더욱 그렇다. 눈에 파묻힌 도로 위. 바퀴가 헛도는 차를 뒤에서 끙끙대며 밀어본 경험이 있다면 4륜구동의 가치를 안다. 겨울철을 맞아 국산·수입차업체들이 소개하는 4륜구동 기술과 대표 차종을 소개한다.
4륜구동 방식은 과거 오프로드(험로) 주행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주로 채택됐다. 산악지대나 사막, 바윗길 같은 험난한 지형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최우선시됐다.
최근 들어서는 세단 같은 일반 승용차에도 자주 쓰이는 추세다. 험로 주행능력보다는 도로 주행 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래서 승용차에는 부드러운 주행감각을 해칠 수 있는 정통 4륜구동 방식보다는 지형과 주행 상황에 맞춰 네 개의 바퀴에 전달되는 힘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상시 4륜구동(AWD) 방식이 주로 쓰인다.
아우디 A8 콰트로
BMW도 1985년부터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인 ‘x드라이브(Drive)’를 개발해 준중형차 ‘3시리즈’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전자식으로 노면의 변화를 감지해 바퀴에 구동력을 배분한다. 뒷바퀴에 전달한 힘을 다시 한 번 좌우로 나눠 민첩성을 높이는 것도 특징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903년 4륜구동 개발을 위한 별도 재단을 설립할 정도로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이후 기술 개발을 거듭해 1999년부터는 자사의 승용차용 4륜구동 기술인 ‘4매틱(4MATIC)’이 적용된 모델에 전자식 마찰력 감지시스템을 추가했다.
정통 오프로드 모델인 ‘G클래스’부터 베스트셀러인 ‘E클래스 4매틱’까지 다양한 모델에서 벤츠의 4륜구동 기술을 만날 수 있다. 폴크스바겐의 4륜구동 시스템인 ‘4모션’은 대형세단 ‘페이톤’과 SUV ‘투아렉’, ‘티구안’에 장착되어 있다.
일본차업체 중에서는 닛산의 4륜구동 시스템 ‘아테사 ET-S’가 돋보인다. 일반적인 4륜구동 시스템보다 무게가 약 10kg 이상 가볍고 반응이 빠르다. 평상시에는 뒷바퀴굴림(후륜구동) 방식으로 달리다가 미끄러운 노면을 만나면 작동한다.
고성능 스포츠카인 ‘GT-R’와 고급브랜드 인피니티의 대형세단 ‘M37x’에 적용됐다. 도요타 SUV ‘RAV4’와 렉서스 ‘RX’에 적용된 가변식 4륜구동 시스템은 바퀴가 도는 속도나 차의 회전각 등 주행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네 바퀴에 구동력을 자동으로 배분한다.
국산차 업체들도 4륜구동 방식의 적용을 늘려가는 추세다. 대표적인 국산차업체는 쌍용자동차다. SUV 전문 브랜드답게 ‘렉스턴’과 ‘코란도C’, ‘코란도투리스모’ 등 전 모델에 4륜구동을 적용하고 있다. 오랜 기간 쌓아온 4륜구동 기술 노하우는 쌍용차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현대자동차는 ‘싼타페’ 등 SUV 위주로 4륜구동 방식을 적용해 왔지만 이달 26일 출시되는 대형세단 ‘제네시스’ 후속모델에 자사 승용차 최초로 전자식 상시 4륜구동 방식을 장착하기로 했다. ‘HTRAC’라는 이름의 이 시스템은 일반주행(노멀)과 스포츠주행 모드에 맞춰 앞바퀴와 뒷바퀴의 구동력을 배분해 주는 점이 특징이다.
대당 가격이 수억 원대인 고가 차량은 어떨까. 스포츠카 브랜드인 페라리의 4억6000만 원대 모델인 ‘FF’는 페라리 역사상 첫 4륜구동이다. 마세라티의 ‘올 뉴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에 적용된 4륜구동 시스템 ‘Q4’는 평상시 구동력을 뒷바퀴에만 보내다가 미끄러운 노면을 만나면 0.15초 만에 앞뒤 구동력을 50 대 50으로 나눠준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