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치아 ‘스트라토스’ / 엑스드라이버
일본의 인기 만화작가 후지시마 고스케(藤島康介)가 2000년 선보인 애니메이션 ‘엑스드라이버’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정말이지 놀랍게도 13년 전 만화 속 상상은 이미 우리 눈앞에서 실현되고 있습니다. 구글의 무인자동차는 시험운행을 통해 차차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고,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일본 닛산도 2020년까지 무인자동차를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웬만한 자동차업체는 이미 전기차를 만들고 있죠. 텔레매틱스(무선통신을 이용한 차량용 정보시스템)는 이미 놀라울 것도 없는 편의장치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가솔린차를 대상으로 한 각국 정부의 환경규제는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전자동으로 제어되는 전기차가 달리는 고요한 도시에 갑자기 귀가 찢어질 듯한 가솔린차의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시스템 버그나 해킹, 불법개조로 폭주하는 무인자동차를 막기 위한 고등학생들의 특수조직 ‘엑스드라이버’입니다. 이들은 스바루 ‘임프레자’, 로터스 ‘유로파’와 케이터햄 ‘슈퍼7’, 란치아 ‘스트라토스’(모두 실존하는 차입니다) 같은 오래된 가솔린차를 타고 달립니다.
최근 자동차에 전자장비 탑재가 늘어나면서 오작동에 대한 우려가 늘고 있습니다. 엔진제어장치(ECU)를 해킹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죠. 무인자동차는 분명 많은 이들의 삶을 풍족하게 해줄 첨단 기술이 되겠지만, 작품 속 폭주하는 차들처럼 문젯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매력 만점인 가솔린차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만.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