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은 보이지 않아도 좌절하지 않고 천천히 하나씩 완성해가고 있는 이동우. 그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철인 3종경기 완주…재즈앨범 발매·콘서트…연극 기획
시각장애 개그맨 이동우의 아름다운 도전
2004년 갑자기 찾아온 암흑…절망 속에서 5년
여덟살 딸 생각하니 ‘강해지고 싶다’ 의욕 솟아
어떤 일 하든 속도 더뎌 불편…그래도 끝까지
“안 된다, 못 한다고만 하지 말고 용기로 시작해보세요. 저처럼요.”
그가 최근 ‘시작’한 일은 아무나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것들의 연속이다. 신체 건장한 20대 남성도 엄두를 못 내는 철인 3종 경기 완주, 악보를 볼 수 없는 악조건에서도 시도한 재즈앨범 발매, 내년 초 시작하는 연극까지.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슈퍼맨 프로젝트’다.
단지 남들보다 시간만 오래 걸릴 뿐, 이동우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그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 시각장애를 갖고 있다. 2004년 갑자기 찾아온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각을 잃었어도 “어떤 일을 하든 속도가 더뎌 조금 불편하다. 그래도 내겐 시간이 많으니까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화통하게 웃는다.
사실 이동우가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며 웃기까지에는 5년의 세월이 걸렸다. 4000명 중 1명이 걸린다는 희귀병에 걸려 ‘곧 실명한다’는 판정을 받고 좌절했다.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공포는 말할 수도 없었고, 너무나 억울했다. 상실감도 어떠한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중도 장애를 얻게 되면 패닉→부정→분노 등의 심리장애도 찾아온다. 그 후에 결국 수용할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겼고, 또 하고 싶은 일도 생겼다.”
다시 마음을 잡은 것은 물론 지난달 13일 열린 ‘2013 ITU 통영 트라이애슬론 월드컵’에 참가해 완주하고, 최근 발표한 첫 번째 재즈앨범과 19일 펼친 재즈콘서트는 모두 ‘하나’의 계기가 시작이었다. 바로 딸 지우(8)다.
“지우가 어렸을 땐 ‘아빠는 몸이 불편한 사람’ 정도로 알고 있었다. 아무리 아이가 어리다고 해도 희로애락은 다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딸의 마음을 쓰다듬어주면서 나 스스로도 강한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다.”
철인 3종 경기에서 4시간21분34초 만에 완주해 딸의 목에 메달을 걸어주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지만, 도전 과정은 “체력은 다 떨어져 만신창이가 됐고, 피를 토할 정도”였다.
“5개월 정도 연습했다. ‘시간이 부족해서 잘 될까’ 걱정과 함께 ‘꼭 완주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전, 시작에 의미를 두자고 했다. 마라톤 반환점을 돌 때도 ‘여기까지 했으니 됐다’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래도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에 또 뛰어지더라.”
재즈가수 도전도 마찬가지. 재즈음악을 단 한 번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 끝에서 19일 콘서트에서도 관객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재즈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그리고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내년 무대에 올릴 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을 기획 중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둘 중 하나다. 넘어지는 게 싫다면 집에만 있어야 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천천히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갈 거다. 앞을 볼 수 없게 되면서 내 안엔 꿈도 없다. 단지 계속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저를 보면서 작은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