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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준 롯데면세점 대표는 ‘K패션 전도사’

입력 | 2013-11-22 03:00:00

“해외판로 확대 힘이 돼 드릴게요”
직접 나서 국내 브랜드 면세점 영입… 미국-동남아 진출 노하우도 전수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국내 핸드백 브랜드 ‘힐리앤서스’ 본사 겸 공장을 찾은 이원준 롯데면세점 대표(왼쪽)는 남혜령 힐리앤서스 사장에게 “까다로운 국내 고객들에게 검증받은 브랜드인 만큼, 해외에서도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롯데면세점 제공

“이미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검증된 브랜드니 품질은 믿을 수 있고, 판로 확대에 더 힘이 돼 드리면 될 것 같네요. 앞으로 ‘K-패션(패션 한류)’은 해외에서 충분히 힘을 발휘할 겁니다.”

이원준 롯데면세점 대표(57)는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힐리앤서스’(핸드백 브랜드) 본사를 방문해 이 브랜드의 디자이너이기도 한 남혜령 사장을 격려했다.

이 대표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힐리앤서스를 직접 발굴해 지난해 12월 롯데면세점 소공점(서울 중구 소공동)에 입점시켰다. 힐리앤서스는 화려한 색상과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이며, 입점 이후 중국인 매출이 78%에 이를 정도로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롯데면세점은 이 대표의 지시에 따라 최근 국내 패션 브랜드의 영입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명 해외 브랜드 매출이 절대적인 국내 면세점 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패션잡화, 주얼리, 화장품 등 전 부문에서 발굴한 새로운 브랜드를 소개하는 ‘상품 설명회’를 매 분기 직접 주재하고 있다. 설명회에서는 치열한 토론을 통해 새 브랜드의 입점 여부가 결정된다.

상품발표회에서 발굴한 국내 브랜드 중 대표적인 히트 상품은 올 8월 소공점에 입점한 ‘블랙마틴싯봉’이다. 해외 브랜드와의 협약을 통해 국내 업체가 라이선스로 생산하는 이 브랜드는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하면 디자인이 다른 신발 한 짝을 얹어주는 ‘론리 슈즈’ 마케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엔 각각 10m²(약 3평) 남짓한 전국 5개 매장에서 총 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절반은 중국인들의 지갑에서 나왔다.

이달 롯데면세점 소공점에는 장어 가죽으로 가방을 만드는 국내 브랜드 ‘뽐므델리’가 입점했다. 롯데면세점이 브랜드에 제안해 만들어진 가방은 중국인이 선호하는 지퍼와 A4 용지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사이즈 덕분에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3년 동안 46개의 국내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이들 브랜드가 올해 들어 올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가까이 늘었다. 국내 브랜드들의 매장 면적은 지난해의 2배 가까이로 커졌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자사에 입점한 국내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8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에 중소기업 브랜드 전용 매장 ‘케이소호 베벌리힐스’를 열 때도 매장 위치 선정부터 인테리어, 동선 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인도네시아와 괌, 싱가포르에서 운영 중인 롯데면세점 해외 매장에도 국내 패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소개해 ‘K-패션’의 인기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