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우-이종원-김성원 교수팀, 美 이어 세계 두번째 안착 성공
3D 프린트로 인공기관 제작, 꿈이 현실로
연구팀은 태어날 때부터 코와 콧구멍이 없었던 몽골 소년 네르구이 바람사이 군(6)의 인공 코에 3D 프린트 기술로 만든 ‘맞춤형 인공 콧구멍·기도 지지대(Nostril Retainer)’를 넣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고 21일 밝혔다.
3D 프린터는 컴퓨터에서 3차원으로 제작된 설계도면대로 실제 제품을 찍어내는 기계다. 일반 문서 출력 프린터의 3차원 버전인 셈. 미국의 한 기업이 이 기술로 소총을 만들어 발사까지 성공했었다.
네르구이 바람사이 군(앞줄 가운데)이 퇴원을 앞두고 어머니 독스무 언더르내스트 씨(앞줄 왼쪽), 이종원(앞줄 오른쪽) 김성원(뒷줄 왼쪽) 조동우 교수(뒷줄 오른쪽)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네르구이 군은 4월 한국에 와 서울성모병원에서 코 재건을 위해 이마에 식염수를 집어넣어 피부를 늘어뜨렸다. 6월까지 늘어진 이마 피부를 조금씩 코 쪽으로 이동시키는 시술을 계속했다. 7월 초 의료진은 18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늘어뜨린 피부로 코를 재건하고 콧구멍을 뚫었다.
성공의 환희도 잠시. 구강 점막이 쪼그라들어 콧구멍이 다시 막혔다. 콧구멍부터 기도까지 숨구멍을 유지해 줄 수 있는 기관이 필요했다. 하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인공 지지대는 작은 원기둥 모양으로 매우 단순했다. 성장하면서 콧구멍과 기도의 모양이 달라질 환자에게 사용할 수 없었다. 7월 중순 의료진은 2006년부터 공동연구를 진행했던 조 교수와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축적한 3D 프린트 기술로 인공기관을 만들어 집어넣기로 결정했다.
제작은 조 교수팀이 전담했다. 먼저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을 정밀 분석해 CAD 프로그램으로 지지대를 설계했다. 이를 토대로 지지대를 감싸는 몰드(거푸집)를 디자인했다. 거푸집은 통으로 제작하지 않고 세부조각 단위로 만들었다. 인공기관 소재인 실리콘을 주입한 뒤 떼어낼 때 손상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완성된 폴리 소재의 거푸집에 인체에 무해한 실리콘을 넣어 최종 기관을 완성했다. 한국연구재단 쾌속조형기반 조직·장기 프린팅 연구단원 20명이 2주 동안 매달린 대규모 작업이었다.
의학계에서는 3D 프린트 기술이 맞춤형 치료를 실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람 몸은 각기 달라 인공기관을 맞춤형으로 만들려면 3D 프린트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의학계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뼛조각 접합 같은 정교한 수술을 하기 전 계획단계에서 시뮬레이션용으로 쓰는 정도다.
QR코드를 찍으면 3D 프린트를 이용한 인공기관 제작 과정을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연구팀은 이번 인공기관을 ‘네르구이스 스텐트(Nergui's Stent)’로 이름 지어 관련 학회에 보고하고 특허 출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 교수는 “의학과 과학이 만나 새로운 시너지를 냈다. 앞으로 다른 3D 프린트 인공기관을 인체에 적용하는 데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