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6차 공판서 법정증언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6차 공판에서 국가정보원에 혁명조직(RO)을 제보한 이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제보 동기와 RO 실체에 대해 증언했다. 이 씨는 2010년 5월 국가정보원에 RO를 신고한 이후 2011년부터 올해 9월까지 RO 녹음파일 47개를 제공한 인물로 이날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21일 공판에서 이 씨는 “2009년 10월 경기 수원장안 국회의원 재선거 때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한나라당사를 점거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실행 10분 전에 취소되는 것을 보고 ‘조직이 나를 시험하고 있다’고 판단해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며 “다음 해 3월 터진 천안함 사태가 북의 소행이 분명한데도 RO가 맹목적으로 북한의 주장을 옹호하는 것을 보고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RO의 실체를 제보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학생운동과 청년운동, 민주노동당 생활을 하다 2003년 처음 RO에 가입했으며 2004년 말 정식 조직원이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가입 당시 ‘우리는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남한 사회의 변혁운동을 전개한다’ 등의 조직강령을 듣고 ‘수(首·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충성 결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RO에 대해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조직”이라며 “조직원의 역할과 임무는 조직의 승인사항이고 조직의 결정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민노당 위원장이던 2008년 술 마시고 택시 운전사와 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금주 명령이 떨어져 2년 6개월간 술을 끊은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석기 의원이 RO의 총책이라는 것은 가입 9년 만인 올해 5월 모임에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씨는 “올 1월 세포모임과 회합 등에서 상부지휘성원인 홍순석 씨가 이 의원 얘기 많이 하는 것을 들어서 ‘일반 대표가 아니구나’라고 감을 잡았고, 5월 경기 광주 곤지암과 서울 마포구 모임에서 ‘바람처럼 모이고 흩어져라’ 등을 얘기할 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RO가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에 따른 남한 내 지하혁명조직이며 북한과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RO가 정식 명칭이냐는 질문에는 통칭 그렇게 하지만 산악회 또는 그냥 ‘O’라고만 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이 씨는 “RO 조직원은 모두 조직명을 갖고 있고 회비를 납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의 조직명도 ‘남철민’으로 철의 규율로 민중에 복무하라는 의미라며 이는 북에서 내려온 것으로 추정한다고 주장했다.
세포원끼리 확인할 때 암구호를 사용한 사례도 소개했다. 2006년 8월 홍순석 피고인이 자신의 상부 지휘성원이 되고 수원 화서역에서 접선할 때 홍 씨가 ‘지역에서 오셨습니까?’라고 물었고, 자신은 ‘중앙에서 오셨습니까?’라고 묻는 식으로 서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또 RO 조직원은 마포구 모임 인원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임 때 중앙이나 자신이 아는 다른 조직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걸 볼 때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RO 조직원 대부분은 통진당에 가입했고, 통진당 핵심 직책인 사무부총장이 RO 조직원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증인 이 씨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은 22일과 25일 진행된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