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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우산 2개 쓰고 입정… 피고인들이 못보게 가림막 설치

입력 | 2013-11-22 03:00:00

6차 공판 이모저모




21일 공판은 혁명조직(RO) 전 조직원인 제보자 이모 씨의 신변 보호와 원활한 증인신문을 위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증인석과 피고인석 사이에 가림막이 설치됐고 이 씨가 입정과 퇴정을 할 때는 우산으로 얼굴을 가렸다. 일반 방청객은 들어오지 못했고 취재진만 방청이 허용됐다.

증인 이 씨는 법원 직원의 안내를 받아 우산 2개를 쓰고 입정했다. 양복 차림에 머리숱이 적었고 안경을 썼지만 크게 긴장하는 표정은 없었다. 이석기 의원은 입을 다문 채 엷은 미소를 간혹 지었고, 한동근 피고인과 마주 보며 웃기도 했다.

이 씨는 국가정보원과 검찰에서 자신의 진술로 만든 진술조서 9개를 주의 깊게 살펴본 뒤 맞다고 인정했다. 검찰은 먼저 이 씨에게 “증인이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RO의 실체를 밝히고 대한민국을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제보하고 증인석에 선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후 이 씨를 상대로 질문지 100여 쪽, 질문 640여 개에 대한 장시간의 질의를 이어갔고, 증인은 차분하게 답변했다.

이 씨는 “부채 탕감을 목적으로 제보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술 도박에 빠진 적이 결단코 없다. 여기 피고인들도 나왔을 것이고 나를 도박중독자, 국정원 프락치로 몰아가는데 안타깝다. 나를 모욕하지 마라”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당초 예상보다 검찰 심문이 길어져 피고인들과 교도관들은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피고인들은 이 씨가 자신에 대해 증언할 때는 유심히 듣고 상의해가며 검찰의 질문지에 메모를 하기도 했다. 이 씨는 20여 년간 운동권에 몸담으면서 몸에 밴 말투가 아직도 남아있는 듯 김일성, 김정일 등의 호칭을 말할 때는 주석님 장군님 등 존칭을 쓰기도 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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