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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관광지로… 퇴비로… 가을낙엽, 아름다운 퇴장

입력 | 2013-11-22 03:00:00

송파구, 남이섬에 은행낙엽 기증
강동구선 친환경퇴비로 무상제공… 값비싼 처리비용 아끼는 효과도




강원 춘천시 남이섬 ‘송파 낙엽길’에서 관광객들이 은행잎을 뿌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는 매년 가을 모양과 색이 예쁜 은행잎을 골라 남이섬으로 보내고 있다. 송파구 제공

만추(晩秋)의 정취를 전달하는 낙엽은 겨울 문턱에 들어서면 각 구청의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한다. 비라도 내리면 젖은 낙엽에 행인들이 미끄러져 사고가 일어나는가 하면 환경미화원들이 일일이 치우는 게 보통 수고스럽지 않다. 소각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골칫거리였던 낙엽이 최근에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관광 상품화하거나 지역 농가의 퇴비로 재활용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서울 송파구는 최근 지역 내 놀이공원 롯데월드로부터 낙엽을 기증받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관람객들을 위해 초겨울까지 석촌호수 매직아일랜드에 ‘낭만여행 낙엽길’을 조성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송파구가 선별해 보낸 낙엽은 이달 24일까지 매직아일랜드 레이크뷰에 깔려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송파구는 8년째 강원 춘천시 남이섬에도 은행잎을 배달하고 있다.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로 유명한 남이섬은 연중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특히 섬 내 은행나무 가로수길은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남이섬은 기후 때문에 은행잎이 빨리 져 늦가을 관광객을 위해 송파구로부터 매년 낙엽을 기증받고 있다. 송파구는 올해 낙엽 약 1000t을 남이섬과 롯데월드, 일부 농가로 보내 약 1억 원의 처리 비용을 절감했다.

과거 각 자치구는 낙엽을 서울 내 자원화회수시설에서 소각하거나 수도권의 매립지로 보내 처리했다. 그러나 소각하면서 대기오염을 일으킬 수 있어 자원화회수시설에서 반입이 금지됐다. 수도권매립지에서는 낙엽이 썩으면 낙엽을 쌓은 곳이 주저앉는 현상 때문에 낙엽을 받지 않고 있다. 사설 소각장을 이용하려면 t당 10만 원이 넘는 처리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강동구는 강일동에 직접 낙엽처리장을 만들었다. 낙엽으로 만든 퇴비는 농지에 살포하면 토양이 비옥해지고 화학비료나 농약을 덜 사용해도 되기 때문에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동구는 강일동 낙엽처리장에서 생산한 퇴비를 구 내 친환경농가 51곳에 무상으로 제공한다. 남는 퇴비는 도시텃밭과 장애인, 다문화 공동체가 운영하는 테마 텃밭에서 퇴비로 사용한다. 지난해에만 이곳에서 퇴비로 탈바꿈한 낙엽이 850t에 이른다. 내년에는 이곳에 지렁이사육장, 생태 뒷간을 갖춘 도시농업 자원순환센터를 만들어 도심 속 친환경 퇴비 공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고궁과 공원에서 발생하는 나뭇잎과 인왕산, 북한산에서 바람에 실려 내려오는 낙엽으로 매년 낙엽 쓰레기만 1500t씩 발생하는 종로구는 이달 11일부터 올해 발생한 낙엽을 지방 과수원으로 보낼 예정이다. 종로구는 2007년부터 춘천시, 경기 남양주시 등 지방 농가에 낙엽 제공 계약을 맺고 퇴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중구 역시 까다로운 매립지 반입 조건과 값비싼 처리 비용으로 골치를 앓다 2009년부터 농장에 퇴비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낙엽을 퇴비로 만드는 전문 업체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수거된 낙엽은 폐현수막을 재활용한 자루에 담아 중구 서소문공원 지하 중구자원재활용처리장 내 청소차 적재함에 보관하다가 일정량이 차면 경기 김포시의 전문 업체로 보내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