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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외수 작가와 천안함

입력 | 2013-11-22 03:00:00


소설가 이외수 씨와 그의 이름을 딴 문학관이 터를 잡은 강원 화천군은 대표적인 안보관광지다. 북한의 수공(水攻)에 대비해 건설된 ‘평화의 댐’이 있고, 국군 3개 사단이 주둔하고 있다. 이곳에서 평화안보 백일장을 화천군과 공동 주최해온 이 씨는 군부대를 돌며 안보 강연도 자주 한다. 자신의 문학관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북한 핵을 용인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문명사회에 3대 세습이 웬 말이냐”고 비판한다. 이 씨는 직업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화랑무공훈장을 받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군인가족’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독 천안함에 대해서만은 북한이 범인이라는 것을 믿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하다. ‘천안함 사태를 보면서 한국에는 소설 쓰기에 발군의 기량을 가진 분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 이 씨가 2010년 5월에 쓴 트위터 글이다. 올해 9월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이 중단됐을 때는 ‘대한민국 다양성 1위 영화는 천안함 프로젝트입니다. 안타깝습니다’라는 등의 글을 올렸다.

그런 이 씨가 16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장병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이 부대는 2010년 3월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두 동강 난 천안함의 선체(船體)를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한마디로 ‘부적절한 방문’이었다. 그를 초청한 군(軍)과 그의 강연 등을 방송할 예정인 MBC를 질타하는 의견들이 인터넷을 달궜다. 국방부는 뒤늦게 “이 씨의 과거 발언을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했다”며 “천안함 전사자 및 유가족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미국 스웨덴 호주 영국 등 4개국 전문가 24명이 참여한 합동조사단은 3개월 넘게 정밀 조사를 벌인 결과 “북한 소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씨는 국방과학 전문가도 아니고 해양학자도 아니다. 그는 169만 명에 달하는 팔로어에게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과학적 조사 결과가 허구라는 의견을 전파했다. 지금도 이런 생각이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 이 씨가 자신의 막강한 영향력을 생각했다면 트위터 글에 대해 계속 고민하는 자세를 보여줬어야 했다.

이 씨는 해군사령부를 찾아간 김에 파괴된 천안함 선체를 둘러보고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자신이 트위터를 통해 전달한 의견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점검해 봤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서해에서 어뢰를 쏘아 우리 군함을 폭침시킬 수 있는 범인이 누구일지에 대해 이 씨가 천안함 선체를 직접 관찰할 기회를 갖지 않은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