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실제로 중국 내수시장에서 세계 각국의 글로벌 기업들조차 크게 고전하고 있다. 2007년 중국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1위였던 노키아의 상하이 매장이 3월 문을 닫은 것은 충격적인 뉴스였다. 올 상반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점유율 19%로 1위였다. 그러나 현지 업체인 2위 레노보(12.0%), 3위 쿨패드(11.4%), 4위 화웨이(10.7%), 5위 ZTE(9.6%)의 추격이 매우 거세다. 문제는 글로벌 경쟁력이다. 기업은 끊임없는 제품 혁신으로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워가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혁신에 날개를 달아 줘야 한다. 따라서 정부의 산업 규제가 혹시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소지는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이 법안으로 휴대전화 내수 시장이 위축되고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조차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사실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여기에 새로운 법안의 규제까지 더해지면 국내에서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이런 조건에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전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다. 중국 시장 점유율 1위의 신화가 무너지는 것도 막을 방법이 없다.
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규제는 시장의 불평등 구조가 시장의 정상적 작동을 심각하게 방해할 때에만 필요하다. 시장의 흐름에 이상기류가 있을 때 바로잡아 자연스러운 흐름을 돕는 것이 규제의 목적이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법안은 이러한 정상적인 규제의 목적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게다가 제조사에 대한 공정거래위, 방송통신위, 미래창조과학부의 삼중 중복규제 우려도 엿보인다. 그렇다면 이는 자연스러운 시장의 흐름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고 흐름을 끊어 놓는 식의 규제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규제 속에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혁신과 경쟁력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