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산 밀거래 조직원 5명 첫 기소
올 9월 미국 마약단속국(DEA) 공조수사로 태국 경찰에 체포된 국제마약조직 5명(위쪽 사진)이 11월 19일 저녁 미 뉴욕 JFK공항에서 뉴욕 연방 검찰과 DEA에 넘겨졌다. 오른쪽 사진은 이들이 미국으로 반입하려 한 북한산 필로폰. 방콕포스트·VOA(미국의 소리) 제공
○ 마약공장 일부 위장 소각
프리트 바라라 뉴욕 맨해튼 연방검사와 마이클 레온하트 미 DEA 국장은 이날 미국에 북한산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들여오려 한 국제마약조직원 5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발표했다.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될 이들은 올 9월 태국에서 미국으로 북한산 필로폰을 반입하려다 DEA 요청에 의해 태국 경찰에 체포됐다. 이번 검거에는 DEA 세계 각 지부와 태국 필리핀 라이베리아 루마니아 경찰 및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가 참여했다.
이들 중 중국 국적을 갖고 홍콩 범죄조직 단원으로 활동하던 예 티옹 탄 림은 DEA 측에 “우리 조직은 북한산 마약 1t을 필리핀에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 정부가 미국의 감시가 심해지자 더이상 마약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마약 생산 시설 7곳을 불 태웠으나 우리 조직의 마약을 생산하는 공장은 남겨놓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북한 정부는 기존 마약 생산 시설을 소각한 뒤 다른 곳에 다시 짓고 있다”고 말했다.
레온하트 국장은 공소장에서 “북한이 국제 마약 거래의 새로운 생산지(소스)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명백하게 드러낸 사건”이라며 “앞으로 수사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북한산 마약이 중국 등 아시아를 넘어 미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마약계의 ‘큰손’을 쫓다가 범죄 포착
미 DEA는 자신의 요원을 살해하려 하고 중남미에서 마약을 수입하려 도모했던 국제 마약조직의 큰손인 조지프 헌터(48)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번 범죄를 포착했다. 헌터는 전직 미군 저격수 조교로 국제 마약계에서 일명 ‘람보’로 불리고 있다. 헌터는 북한산 마약을 태국에서 미국으로 들여오는 작전을 총지휘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2013년 연례 마약통제보고서에서, 2004년 이후 북한 정부가 개입된 대규모 마약 거래가 확인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또 “북한산 마약이 미국으로 반입되는 사례는 의심만 있을 뿐”이라고 밝혀왔다. 이번 수사와 재판에 따라 미국이 북한산 마약 단속에 대한 국제 공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