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전북 지역 일부 신부들이 어제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가졌다. 사제단은 미사 후 성명을 통해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를 표명하는 선거를 불법과 부정으로 국가기관을 동원해 무시한 것은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사퇴를 표명하라”고 요구했다. 사제단은 전주 익산 정읍 등에서도 미사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은 ‘선거 부정’을 주장하면서도 ‘대선 불복’은 말하지 않는다. 대선 불복을 입에 올리는 것은 무책임할 뿐 아니라 나라를 분열과 혼란으로 몰아넣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은 진실 규명을 위한 수사와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다. 전주교구 사제들이 대선 불복을 넘어 대통령 하야까지 거론한 것은 국가의 제도와 국민을 무시하는 독선이다.
종교도 세속의 일에 간여할 수는 있지만 본연의 소명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정의구현사제단은 국가의 제도가 제구실을 못하던 과거 권위주의 시절 권력 비판과 사회 고발로 이른바 ‘세속의 구제’에 나서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이 종교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목소리를 못 내는 시대인가. 세속의 일은 세속의 손에 맡겨 두는 것이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정교(政敎) 분리의 정신이기도 하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천주교의 비공식 조직이라고는 하나 구성원이 모두 신부다. 대통령 하야 촉구 미사는 사실상 종교의 형식을 빌린 정치집회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정의구현사제단이 아니라 ‘정치구현사제단’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관용과 포용을 지향해야 할 종교와는 거리가 먼 진영 논리로 천주교계는 물론이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 지향적 신부들의 자숙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