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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2’ 지승현 “촬영장이 절실한 8년차 신인배우”

입력 | 2013-11-23 07:00:00

연기자 지승현. 스포츠동아DB


꿈이 가져다준 행운이다.

연기자 지승현(31)은 1년 전 이맘 때 꾼 꿈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두 번이나 임기를 보낸 대통령이 된다는 내용의 꿈. “잠에서 깨어났는데도 내용이 생생했다”던 그는 복권부터 샀다.

“복권을 사고 그날 저녁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다가 매니저 형의 전화를 받았다. ‘친구2’에 캐스팅됐다는 소식과 함께. 하하! 복권 당첨보다 더 큰 행운이었다.”

영화 ‘친구2’(감독 곽경택)는 22일까지 200만 관객을 모았다. 뜨거운 관객의 반응이 기록으로 증명되고 있다. 2009년 출연한 영화 ‘바람’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개성이 강한 인물을 연기한 지승현은 “큰 욕심은 없다”면서도 “흥행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저절로 웃음이 난다”고 했다.

‘친구2’에서 지승현은 영화의 주요 무대인 부산에서 조직을 세운 리더 김형두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 구두닦이였다가 눈에 띄어 조직의 세계에 접어드는 인물이다. 상대역은 주진모가 맡았다. 둘은 영화에서 끈끈한 우정 속에 서로를 위해 목숨까지 내건다.

영화를 소화하며 지승현은 부산에 있는 ‘처가’의 전폭적인 지원도 받았다.

“장인어른께서 영화 캐스팅 소식을 듣고 김해에 있는 40년 경력의 구두닦이 장인을 찾아가 구두 닦는 모습을 촬영해 오셨다.(웃음) 장인어른 말씀이, 구두닦이 장인이 내 연기를 보고 최고라고 생각할 만큼 연기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거다. 든든했다.”

지승현은 2년 전 패션 디자이너인 아내와 결혼해 돌이 지난 딸을 두고 있다. 영화 ‘앵두야 연애하자’의 주연배우와 의상 디자이너로 만나 맺은 사랑의 결실이다. 아내와 딸은 그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다.

물론 연기자가 되기까지 평탄한 길만은 걸은 건 아니다. 지승현이 연기에 뛰어든 건 고등학생 때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무작정 배우가 되는 장기 계획부터 세웠다.” 계획이 서자, 뒤 돌아보지 않고 목표를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경상남도 안동에서 교직 생활을 하고 있는 그의 부모는 아들의 꿈을 지지하지 않았다. 특히 고등학교 체육교사이자 학생주임까지 맡은, 엄격한 그의 부친의 반대는 생각보다 거셌다. 지승현은 대학 진학에서 연극영화과가 아닌 영문과를 택했다.

“연기에 도움이 될만한 다른 지식을 채우고 싶었다”는 게 이유다. 어릴 때부터 동경해왔던 할리우드 스타들의 이력도 꼼꼼히 살폈다. 대부분 심리학 또는 국문학과 출신이 많은 점도 눈여겨봤다.

대학을 졸업한 2006년. MBC 드라마 ‘히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당시까지도 아버지는 아들의 꿈을 반대했다. 갈등은 깊어졌고, “성공할 때까지 집에 가지 않겠다”고 그는 결심했다. ‘의절’한 시간은 꼬박 3년이다.

“2009년에 영화 ‘바람’이 안동에서도 개봉했다. 그 때 집에 가 보니까 아버지는 내가 나온 신문기사를 모조리 모아두고 있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마음은 알 것 같았다.”

지승현은 다음 출연 작품도 빠르게 결정했다. 내년 초 방송하는 KBS 2TV 드라마 ‘감격시대’다. 1930년대 중국 상하이 등을 배경인 시대극에서 그는 조직의 3인자이자 거칠게 인생을 살아가는 남자 강개를 맡았다.

“밀수꾼 역할이다. 강가에 버려진 강아지란 뜻의 이름처럼 평탄하지 않은 삶을 사는 남자다. 주인공도, 조직도 배신한다. 이왕 하는 거 멋있게 배신하겠다. 하하!”

지승현은 어릴 때부터 할리우드 배우들을 보며 꿈을 키웠다. 러셀 크로는 그 중에서도 지승현이 첫 손에 꼽는 배우다.

“‘글래디에이터’와 ‘뷰티풀 마인드’에서 러셀 크로가 과연 같은 배우인지 헷갈릴 정도 아닌가. 나는 촬영 현장에 목이 마른, 8년차 신인 연기자의 입장이다(웃음). 러셀 크로까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배우를 꿈꾸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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