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 감독-서정원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정상을 향한 걸음인가. 마지막 희망의 불꽃인가.
23일 오후 4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운명의 한 판이 벌어진다. 같은 승점 3이 걸렸지만 충돌 당사자들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사뭇 다르다.
울산 현대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우승을, 수원 삼성은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노리고 있다. 양 팀의 분위기는 크게 다르다. 현재 순위와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비롯됐다.
울산은 승점 70(21승7무7패)으로 단독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한 경기를 더 치른 2위 포항 스틸러스(19승11무6패·승점 68)와의 격차는 승점 2에 불과하다. 이번 라운드에서 패배를 당하더라도 1위 자리는 지키게 되지만 27일과 12월 1일 나란히 2경기씩 남긴 가운데 심적으로 크게 쫓길 수 있다. 더욱이 울산은 시즌 최종전에서 포항과 안방 대결을 펼치게 돼 꼭 수원을 잡아야 한다.
현재 4위는 수원의 ‘영원한 라이벌’ FC서울이 차지하고 있는데, 서울은 승점 58로 상당히 여유가 있다. 수원이 남은 3경기를 모두 잡아도 서울은 남은 3경기 중 한 차례 승리를 하거다 최소 2무 이상만 해도 수원을 따돌릴 수 있다.
사실 수원에 울산은 얄궂은 상대이다. 스플릿 라운드 중반까지 승승장구했던 수원은 10월27일 적지에서 울산에 1-2 일격을 당했다. 연패의 출발점이었다. 좋은 경기력을 보였음에도 승점 확보에 실패한 수원은 하염없이 추락했다. 서울, 포항, 부산에 내리 패해 무너졌다.
반면 울산은 수원과 홈 대결이 큰 고비였다. 우승에 가까워지려면 수원-서울로 이어지는 홈 2연전을 무조건 이겨야 했다. 결국 울산이 모든 걸 가져갔고, 수원은 모든 걸 잃어버렸다. 모든 동력을 잃어버린 수원에 비해 울산은 내용과 관계없는 꾸준한 승리로 착실히 승점을 쌓았다.
일단 전력은 알 수 없다. 최근 홍명보호에서 주가를 높였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 대표팀 평가전에서 발목을 다쳐 출전이 불투명하다. 원정 선수단에는 합류하지만 부상 치료로 팀 훈련에는 참가하지 못해왔다. 울산 김호곤 감독도 “경기 당일까지 상황을 지켜봐야겠다”고 했다. 페이스가 떨어진 수원 골키퍼 정성룡으로서는 한결 부담을 덜 수 있지만 공교롭게도 울산 수문장이 대표팀에서 함께 경합한 후배 김승규다. 얽히고설킨 셈이다.
승리와 함께 울산이 우승의 8부 능선을 넘어설지, 수원이 반격의 신호탄을 쏠지 이 경기도 10월 말의 그 때 그 승부처럼 치열한 90분을 예고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