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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엄마도 현역판정 받았다”

입력 | 2013-11-23 03:00:00

병무청, 군복무 아들 둔 어머니들 초청 징병검사 체험 행사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서울지방병무청에서 군 입대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군 복무 중인 아들을 둔 어머니들이 징병검사 체험을 하고 있다. 행사에 참가한 어머니들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병무청 제공

“마치 제가 군대를 갈 거 같은 긴장감이 들어요.”

22일 이른 아침부터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서울지방병무청에 40, 50대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주황색 티셔츠로 옷을 갈아입은 이들은 단체여행객처럼 약간 들떠 있었다.

병무청은 이날 오전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아들아, 엄마도 군대 갈래’란 체험 행사를 실시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군복무 중인 아들을 둔 어머니 20명을 초청해 병역 관련 설명회를 열고, 어머니들이 실제 징병검사를 체험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병무청은 “징병검사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 행사가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아들이 징병검사를 받았다는 황원숙 씨(46)는 “신체검사를 받고 나면 나한테 영장이 나올 거 같다”며 웃었다. 9월 아들을 군대에 보낸 권영미 씨(42)는 “같이 있을 때는 아들과 매일 싸웠는데 지금은 정말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징병검사 체험 행사를 준비한 건 여러 차례 있었지만 병역의무를 앞두고 있거나 군 복무중인 자녀를 둔 어머니를 초청해 체험 행사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병무청은 이번 행사를 위해 지난달 25일∼이달 11일 응모를 받았다. 병무청 관계자는 “60여 명의 응모자 가운데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하게 사연을 써서 보낸 어머니 10명을 비롯해 전국주부교실 중앙회 회원, 어머니 파워블로거 등 20명을 우선 선발했다”고 밝혔다.

징병 체험에 앞서 병무청 주관으로 병무행정에 대한 간단한 설명회가 있었다. 정환식 병무청 차장은 “아들들이 받고 있는 병역 이행의 첫 과정인 징병검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체험을 통해 알게 된 공정하고 투명한 징병검사 과정을 주변 사람들도 알 수 있도록 일상생활에서 널리 전파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설명회가 끝나자 어머니들은 징병검사장에서 ‘나라사랑 카드’를 발급받고 실제 병역의무 이행자들이 받는 것과 동일하게 신체검사를 받기 시작했다.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 8개 과목에 대한 검사가 1시간 40분에 걸쳐 이뤄졌다. 일부 신청자에 한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도 실시됐다. 모든 검사가 끝나자 즉각 병역 처분 결과가 나왔다. 일부 어머니들이 1급 현역 판정을 받자 주위에선 부러움의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어머니들은 이날 직접 징병검사를 경험한 데 대해 깊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특히 징병검사 과정이 투명해진 것에 높은 점수를 줬다. 올해 2월 아들이 제대한 김용옥 씨(51)는 “아들도 이런 절차를 거쳐 군에 갔다는 생각을 하니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늦둥이 아들이 12월에 군대를 가는 장래연 씨(54)는 “과거에는 고위 공직자 아들들이 석연치 않게 병역 면제를 받는 일이 많아 의구심도 들었지만 이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란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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