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종교로 회귀하는 현대인들… 개인화 확산이 원인

◇자기만의 신/울리히 벡 지음·홍찬숙 옮김/310쪽·2만5000원/도서출판 길

근대는 종교의 탈(脫)주술화와 역사적 궤를 같이한다고 사람들은 믿었다. 하지만 근대를 넘어 탈근대가 왔지만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종교의 재주술화다.

저서 ‘위험사회’로 유명한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전통 사회학의 세속주의적 방법론으론 이런 현상을 정확히 규명해낼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자본주의 정신이 프로테스탄트 윤리에서 길러졌다고 갈파한 막스 베버의 전통을 따라 오늘날 종교의 귀환 현상을 내면분석의 방식으로 규명했다.

벡이 주목하는 부분은 개인의 내면세계 변화에 정당화를 제공하는 도덕적 자원으로서의 종교다. 근대성을 개인화의 확산으로 볼 때 개개인 내면의 신앙을 강조하는 기독교야말로 그 원류가 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기독교는 세속적 공동체의 경계(혈연과 계급)를 해체하고 신자와 불신자, 정통과 이단의 대립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의 경계를 확립한다. 이런 경계 체제는 전통적 공동체를 해체하고 개인화를 확산시키는 역할도 하지만 불신자를 악마시하면서 신앙 선택을 강요하는 비개인화의 역할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이중적이다.

기독교 종교개혁은 신부와 교회 중심에서 신자 내면의 신앙을 강조하면서 1단계 개인화를 끌어냈다. 세계화가 진행 중인 현재는 종교적 관점에서 그 2단계 개인화의 시대라는 것이 벡의 분석이다.

즉, 최종진리를 놓고 세계 여러 종교가 경쟁을 벌이면서 ‘종교의 상품화’가 초래되고 소비자의 위치에 놓인 개인이 ‘자기와의 대화’ 형태로 그 종교를 소비하게 된다. 결국 전통과 제도의 억압에서 자유로워진 개인이 ‘자기만의 신’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지면서 종교를 찾는 사람은 더욱 늘어난다.

‘자기만의 신’이 개인의 내면과 성찰을 더욱 강조할수록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원리주의 내지 근본주의의 흐름도 강화된다. 따라서 종교가 내적 성찰의 밀도를 높여갈수록 그 규범적 쌍둥이로서 원리주의 성향도 강화될 수밖에 없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부제는 ‘우리에게 아직 신이 존재할 수 있는가’.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