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동백나무/안영희 지음/300쪽·2만8000원/김영사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는 꽃 동백(冬栢)이다. 일본 홋카이도대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중앙대 식물시스템과학과 교수인 저자가 쓴 이 책은 동백나무의 이름과 품종, 생태적 특성과 재배법에 이르기까지 동백나무에 대한 지식을 총망라했다. 저자는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식물이자 생물 자원으로서 잠재 가치가 높은 동백나무가 국내에서 ‘왜색이 짙다’는 오해를 받는 상황이 안타까워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동백나무의 생태나 조경법 등 식물학적 지식도 유용하지만, 식물학에 문외한인 독자라도 흥미를 가질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동백꽃이 상징하는 열정과 절제, 겸손함은 예부터 동서양 문인들에게 창작의 영감을 제공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중종 임금이 귤 매화와 함께 동백을 시제로 제시하고 율시를 지으라고 명했다는 기록이 있고, 청마 유치환은 그의 시에서 동백꽃을 ‘목 놓아 울던 청춘의 피꽃’이라고 했다. 1979년 중국 덩샤오핑의 미국 방문 때 미국 정부가 붉은색과 흰색 동백꽃 1500송이로 환영식장을 장식했다는 일화도 흥미롭다.
장기간의 연구를 통해 축적한 풍부한 문헌과 사진 자료를 기반으로 자생 동백나무와 외국 품종들의 특징을 상세히 정리했다. 동백꽃의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할 수 있는 국내의 대표적 군락지 14곳을 소개하는 대목은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보너스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