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해외수주 누적액 1000억 달러 해냈다
현대건설 해외영업본부 ‘중남미팀’은 즉시 입찰서를 작성해 중남미로 날아갔다. 유럽과 일본의 대형 건설사들까지 가세하면서 수주전의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현대건설은 특유의 돌파력과 팀워크를 발휘해 22일 수주를 확정짓는 데 성공했다.
현대건설은 이 프로젝트 수주로 국내 건설사 최초로 해외수주 1000억 달러(약 106조 원)를 돌파했다. 현대건설이 1965년 국내 건설사 최초로 해외에 진출한 이후 48년 만에 이룬 실적이다.
현대건설은 우여곡절 끝에 이번 중남미 지역 정유공장을 수주할 수 있었다. 중남미 특유의 ‘느긋한’ 성격을 이해 못한 유럽, 일본 업체들은 일처리가 더뎌지자 결국 철수했다. 경쟁자들이 물러나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 이번에는 발주처에서 까다로운 요구를 했다. 공사대금 14억 달러 전액을 외부에서 빌릴 수 있도록 건설사가 주선해 달라는 것이었다. 현대건설은 해외사업에서 신뢰를 쌓은 글로벌 투자은행에 달려갔고 14억 달러가 조달되자 드디어 협상이 본격화됐다. 현대건설 중남미팀과 플랜트사업본부 입찰팀 50여 명은 매일 야근을 반복한 끝에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
현대건설은 이번 수주로 해외에서 수주한 공사비 금액이 모두 1010억527만 달러(약 107조1159억 원)에 이르렀다고 24일 밝혔다.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에서 따낸 누적 공사금액 5968억 달러의 17%에 해당한다.
현대건설은 1965년 태국에서 ‘빠따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540만 달러)를 수주하면서 한국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해외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1970년대 중동에 진출해서는 ‘20세기 최대의 역사(役事)’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수행하는 등 ‘중동 건설 신화’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주베일 산업항 공사대금 9억3000만 달러(약 9858억 원)는 당시 우리 정부 예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큰돈이었다. 현대건설이 선수금으로 받은 2억 달러는 당시 한국은행 외환보유액인 2000만 달러의 10배에 해당했다. 이 선수금이 입금되자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동분서주하던 고 박정희 대통령이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수주 1000억 달러 달성은 현대건설의 도전과 개척정신,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태국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는 습한 기후로 골재가 젖어 아스팔트 생산이 어렵게 되자 불을 땐 철판 위에서 골재를 말리는 기지를 발휘했다. 30만 t급 유조선 4척을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초대형 항만시설을 짓는 주베일 산업항 공사에서는 10층 건물 높이의 550t짜리 대형 철 구조물을 울산 현대조선소에서 제작한 뒤 35일이나 걸리는 인도양 뱃길로 19번 왕복하면서 실어 날라 발주처를 깜짝 놀라게 했다.
현대건설은 1980년대 초반 싱가포르 등 동남아 시장에 진출해 1982년 누적 해외수주 100억 달러(약 10조6000억 원)를 돌파했다. 1990년 이후에는 고부가가치 플랜트 공사를 중동에서 대거 수주해 2006년 누적 해외수주 500억 달러(약 53조 원)를 달성했다. 2010년에는 ‘연간 해외수주 1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권오식 현대건설 해외영업본부장(전무)은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토대로 시너지 효과를 높여 더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며 “태양광발전 등 신성장동력 사업에도 적극 진출해 글로벌 종합엔지니어링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