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지점 비자금 이어 본점 직원들 횡령사건 터져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의 허술한 내부 통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통합 출범 이후 계속된 내부 반목과 전문성 없는 외부 인사들의 전횡이 빚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 5년간 채권 위조해 90억 원 빼돌려
이번 사건은 국민은행의 허술한 내부 통제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위조해 돈을 빼돌린 데다 주택은행 시절부터 맡아 온 사실상의 공적 업무에서 횡령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위조수표를 발행해 유통시킨 것과 다름없는 행위”라며 “은행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즉각 이번 횡령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에 들어갔다.
○ 조직적 비리에 흔들리는 내부 통제
국민은행을 둘러싼 부실·비리사건은 올 들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도쿄지점에서 1700억 원의 부당대출을 집행하고 수십억 원의 대출 리베이트를 받은 뒤 이를 한국으로 송금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도쿄지점 직원들까지 가담한 이 사건을 주도한 전 도쿄지점장은 국내 상품권거래소에서 3000만 원어치가 넘는 백화점 상품권을 매입해 자금을 세탁한 사실도 포착됐다. 당국은 이 돈이 국내로 들어와 흘러간 곳을 추적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인수한 센터크레디트은행(BCC) 부실 의혹도 수년째 국민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 3월 현지 당국이 BCC에 대해 자금세탁 혐의로 1개월 영업정지까지 내렸다. 정작 은행장과 은행 이사회는 물론이고 금감원도 이 내용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국민은행 내부보고 체계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국민은행의 잇따른 사고는 부실 경영과 허술한 내부 통제의 합작품이라고 지적한다. 2001년 통합 출범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출신 간의 반목과 알력이 있다. 옛 국민은행 출신을 ‘채널 1’로, 주택은행 출신을 ‘채널 2’라고 부르며 대립한다.
경영 혁신을 위해 통합 이후 줄곧 외부 인사들이 은행장, 지주사 회장을 맡아 왔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은행 퇴직 임원 출신인 한 인사는 “최고경영자(CEO)가 바뀔 때마다 내부적으로 줄서기가 횡행했고 결과적으로 조직 안정을 해쳤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도 국민은행 부실경영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0년 넘게 국민은행 최고위층 인사를 정치권과 당국이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CEO의 불명예 퇴진이 반복되다 보니 ‘주인 없는 회사’ 특유의 부실과 경쟁력 약화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