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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공무원들, 시도의회 의정평가 논란

입력 | 2013-11-25 03:00:00

전남공무원노조 “의원 성적 발표”… 광주 문화정책실, 현안질의 반박
의원들 “부적절한 행위” 불쾌감




#1. 전남도청 공무원노조는 20일 행정내부전산망에 ‘2013 우수 전남도의원 선정계획서’를 띄웠다. 다음 달 2일부터 20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기명 설문조사를 해 도의원(62명) 중 의정활동 우수 도의원과 미흡 도의원을 각각 3명 이내로 뽑아 27일 발표한다는 것. 노조는 “도의회가 내실 있는 의정활동을 하고 도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진정한 ‘도민의 대표’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문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2. 광주시 문화관광정책실 직원들은 21일 성명을 내고 “시의회 정례회에서 홍인화 시의원의 갬코와 관련한 발언은 편견과 왜곡된 시각에 의한 언어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의회 정례회는 직원뿐 아니라 시민 모두가 생방송으로 보고 있다”면서 직원들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공무원노조가 아닌 관련 부서 직원들이 시의원 질의를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무원들의 ‘입김’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공개적으로 의원들의 의정활동 평가를 추진하고 의원 발언에 이례적으로 반박 성명까지 내는 등 현안에 적극 대응하면서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같은 행태에 대해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안마다 의회와 각을 세우며 대립하는 것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지방자치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 공무원의 의회의원 평가에 불편한 심기

전남도의회는 전남도 공무원들의 의정활동 평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도의회 사무처는 “피감기관 공무원이 의원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평가 중단을 요구했다. 도의원들은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여 앞둔 시점에 의원 평가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 있다”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현진 노조위원장은 “설문을 두고 ‘도의원 인기투표’이니 ‘도의원 길들이기’라는 말이 있는데 객관적 데이터로 평가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며 “선거법 위반이나 명예훼손 시비가 없도록 선관위로부터 이미 유권해석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 경남도에서도 이미 실시 중”이라며 “인품과 덕망이 훌륭한 의원을 널리 알리고 잘못된 행태를 보여준 의원에게는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순기능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시 문화관광정책실 직원들의 성명은 홍인화 시의원의 긴급 현안질의가 발단이 됐다. 홍 의원은 20일 “강운태 광주시장이 갬코 관련 미국 회사에 기술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도 자금을 송금했다”며 “갬코나 로스앤젤레스 테스트는 사기극이었다”고 주장했다. 갬코는 3차원(3D) 변환사업 추진을 위해 광주시 출자기관인 광주문화콘텐츠투자법인(GCIC)과 미국 회사 K2AM이 함께 만든 회사다. 시는 2011년 GCIC를 통해 3D 변환 기술 도입 등을 위해 K2AM에 650만 달러를 송금했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사업이 중단됐고 현재 자금 회수 소송이 진행 중이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24일 성명에서 “광주시 공무원들의 의회에 대한 집단 반발은 지방의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의회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용납되어서는 안 될 행태”라며 해당 공무원의 문책을 요구했다.

○ 적십자 회비 모금 업무 거부

광주시 각 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의 적십자회비 모금 업무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는 다음 달 10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적십자회비 모금 활동을 벌인다. 46만 건의 회비 납부고지서를 주민, 법인 사업체 등에 발송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적십자사는 최근 광주시와 각 구에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공무원과 이·통장이 나서서 회비 납부 고지서 전달 업무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각 구 측은 ‘공무원을 동원한 적십자회비 모금 활동에 나서지 않겠다’는 공무원노조 입장을 들어 적십자사 협조 요청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법에 공무원의 법정 기부금 모집이 금지돼 있고 그동안 강제 징수 관행이 주민센터 간, 구청 간, 광역단체 간 경쟁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며 “올해도 회비 모금활동에 공무원이나 이·통장이 동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