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따로 필요없고 새 독자 발굴 효과” 출판계 반색
가난한 여대생 이경과 연예인 지망생 다운이 시간여행을 통해 서로의 몸을 공유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판타지 미스터리 소설 ‘하품은 맛있다’(자음과모음)도 마찬가지. 출간 한 달 만에 초판(2000부)이 모두 팔려 다음 주 2쇄를 인쇄한다. 미스터리 소설로는 이례적일 만큼 빠른 속도다. 두 책의 공통점은 인터넷(네이버)에서 연재된 소설이라는 것.
인터넷 연재 후 종이책으로 출간되는 소설이 늘고 있다. 판타지 로맨스 무협 추리 같은 장르소설에서 이런 경향이 도드라진다. 8월엔 조선시대 왕과 도승지, 내금위장의 권력 암투와 사랑을 그린 ‘북촌 꽃선비의 연인들’(감출판)이, 9월엔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남매의 금지된 사랑을 그린 ‘19세기 비망록’(파란미디어)이 인터넷 연재 후 종이책으로 나왔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소설의 종이책 출간은 10, 20대 초반 여성 독자의 절대적 지지를 업고 있다고 분석한다. ‘광해의 연인’ 편집자는 “인터넷으로 이미 읽고도 소장용으로 책을 사는 독자가 많다”고 했다. ‘하품은 맛있다’ 편집자도 “별다른 홍보 없이 잘 팔리고 새 독자층 발굴이 가능한 인터넷 소설의 책 출간에 출판사들의 관심도 높다”고 말했다.
인터넷 연재에 대한 작가들의 태도도 변했다. ‘하품은 맛있다’의 강지영 작가는 “연재를 통한 고료 수입도 올리고 종이책보다 많은 독자에게 작품을 꾸준히 노출시킬 수 있는 매력이 있어 인터넷 연재에 대한 선입견이나 거부감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조정래의 ‘정글만리’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3인류’도 종이책 출간에 앞서 인터넷 연재를 했다.
하지만 인터넷 소설의 특정 장르 편중 현상은 쉽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네이버 웹소설의 경우 전체 작품의 70%가 로맨스나 판타지다. 네이버 웹소설 관계자는 “장르 다양화를 위해 공모전을 개최해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