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면 우리는 최선의 선택을 하거나 최선의 타협안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때에 따라 선택이나 결정을 하면서 착각을 한다.” ―행동경제학, 경제를 움직이는 인간 심리의 모든 것(도모노 노리오·지형·2007년) 》
다음 날 아침 퉁퉁 부은 얼굴을 후회할 걸 알면서도 늦은 밤 라면을 끓여 먹는다. ‘원 플러스 원’ 광고에 현혹돼 굳이 사지 않아도 될 물건을 산다. 점심값보다 비싼 일명 ‘별다방’ ‘콩다방’ 커피의 유혹을 끊기 힘들다. 이성적인 판단보다 앞서는 게 허기고, 합리적인 계산을 누르는 게 허세다. 참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인간이 본래 그러하다.
인간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할 만큼 나약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의사결정에서 감정이 담당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전통경제학은 시장의 효율성과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대전제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인간의 선택이 이 같은 합리적인 사고의 결과물만은 아니다. 비합리적 선택으로 이끄는 각종 심리적 편향을 주목한 행동경제학자들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보자. 백화점 경품행사에서 해외여행상품이 당첨되면 어디라도 기쁘다. 파리라도 좋고, 하와이라도 좋다. 그러나 파리와 하와이 중 직접 한 곳을 고를 수 있다고 하자. 두 곳 중 어디를 갔다가 와도 다른 곳을 가지 않은 아쉬움을 털어버리지 못할 것이다. 빛나는 해변이 없는 도시도, 빼어난 미술관이 없는 바다도 2% 부족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오직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경제적 인간’만이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선호는 취향의 문제이고 감정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저자의 말처럼 감정적인 선택도 합리적일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나 생태에 적합한 결정을 내릴 뿐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