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삼성 오승환’이 아니라 ‘한신 오승환’이다. 한국 최고의 소방수 오승환이 2년 최대 9억엔(약 95억원)의 초특급 대우를 받고 일본에서 뛰게 됐다. 오승환이 2013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한신, 오승환에 특급 대우
내달 4일 국내 입단식 후 日서 또 마련
박찬호·이승엽과 달리 주거지 선택권
등번호도 특급 마무리 후지카와 22번
최고계약 넘어 수호신 모시기 지극정성
한신의 ‘오승환 모시기’는 단순히 ‘역대 한국프로야구 출신 선수 최고액’이라는 계약 조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신은 일본에 진출하는 국내선수들에게 ‘양치기 소년’ 이미지로 통했다. ‘관심있다’는 언질만 했을 뿐, 실제 계약에는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승환에게만큼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로 다가갔다. 그만큼 오승환 영입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한신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오승환 입단식을 2차례나 열 예정이다. 오승환의 에이전트인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 대표는 “아직 장소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12월 4일 입단식과 기자회견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나눈 상태다. (국내 입단식)일주일 뒤에는 일본에서도 입단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서울에 머물며 휴식과 개인운동을 병행하고 있는 오승환은 국내 입단식 후 일본으로 건너가 2년간 생활할 주거지도 물색할 계획이다. 한신은 외국인선수들에게 고베 로코아일랜드에 위치한 아파트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오승환의 뜻에 맡겼다. 한신과 같은 오사카를 연고지로 하는 오릭스에서 뛰었던 박찬호, 이승엽 등도 로코아일랜드에서 생활했다. 김 대표는 “가족이 있는 박찬호, 이승엽과 달리 오승환은 혼자여서 외로울 수 있다. (오사카 시내를 포함해)일본에서 머물 곳을 찾아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신의 ‘지극정성’은 등번호에서도 잘 나타난다. 오승환은 한신으로부터 ‘원하는 등번호는 무엇이든지 달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오승환은 2005년 삼성 입단 후 줄곧 21번을 사용했다. 현재 한신의 21번은 좌완투수 이와타 미노루가 사용 중이다. 오승환은 “21번을 사용하는 선수에게 피해를 주는 건 원하지 않는다”며 구단 뜻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에 한신은 22번을 오승환의 등번호로 결정했다. 한신에서 22번은 메이저리그 시카고 커브스로 이적한 후지카와 규지(33)가 사용했던 등번호다. 후지키와는 한신에서 통산 42승25패, 220세이브, 방어율 1.77을 기록한 특급 마무리다.
후지카와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한신은 올 시즌 마무리 부재에 어려움을 겪었다. 후쿠하라 시노부(37)는 14세이브, 구보 야스토모는 6세이브를 올렸다. 이번 등번호 배정은 오승환에게 팀의 새로운 수호신이 돼달라는 한신의 기대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