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 포함]
○ 이어도 상공 항공기 중-일에 모두 통보해야 하나?
중국의 이번 조치는 직접적으로는 일본과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이 군사 굴기(굴起)를 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이 일대 해상에 대한 영토 야욕을 드러낸 사례로도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류츠구이(劉賜貴) 중국 국가해양국장(장관급)은 지난해 3월 “관할 해역에 대한 정기 순찰 대상에 이어도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중국 관용기의 이어도 주변 출몰은 2010년 2건, 2011년 7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14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23일 남중국해 이외의 해상 상공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과 인접한 서해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추가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도는 물론이고 서해상에서도 북한을 정찰하는 한국군의 작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 국방부는 방공식별구역이 국제법상 효력이 없는 만큼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이해당사국 간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방공식별구역은 상대국이 인정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기 때문에 면적이 겹치는 부분에 대해 협의로 조정이 가능하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다만,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한중 간에는 2009년 해·공군 직통전화가 설치돼 있고 매일 몇 차례 통신을 하고 있다”며 “방공식별구역 설정에 따른 문제는 크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문제는 방공식별구역이 ‘준(準)영공’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구역 설정 자체가 향후 한중 간 배타적경제구역(EEZ) 획정 논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는 것. 한국은 ‘중간선 원칙’을 적용해 이어도를 한국 관할권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중국은 자국의 대륙붕이 이어도까지 미쳐 있으며 해안선의 길이와 인구도 고려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앞으로 지속적인 갈등의 소지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중미일 군사충돌 가능성 고조
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 서로 항공기를 출격시키는 군사적 위협 수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9월에도 무인항공기를 센카쿠 인근에 발진시켰고 일본 자위대 전투기들이 긴급 발진했다. 일본이 중국 무인기를 격추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함에 따라 양측 간 마찰은 일상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베이징(北京)의 한 군사 전문가는 “중국과 일본의 해·공군 간에는 핫라인도 없기 때문에 군사적 충돌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미군 정찰기의 활동을 둘러싼 미중 갈등도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 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