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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강제징용 한인 추모비 제막 무기한 연기

입력 | 2013-11-25 03:00:00

겉으론 “지자체 사용허가 못받아”… 사실은 우익단체 반발 때문인듯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사루후쓰(猿拂) 촌 근처 비행장 건설 공사에 강제 징용됐다가 생을 마친 한국인 희생자들의 추모비를 현지에 세우려던 계획이 무기한 연기됐다. 본보에 관련 보도가 나간 뒤 일본 우익단체들의 항의가 이어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24일 추모비 건립을 주도한 일본 시민단체인 홋카이도포럼 관계자에 따르면 사루후쓰 촌 부촌장은 22일 밤 갑작스레 “추모비 건립 예정지인 공동묘지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인데 아직 사용 허가를 받지 않아 제막식을 중지할 수밖에 없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포럼 측에 따르면 해당 공동묘지는 지금까지 관례적으로 관리인 스님의 허가로 묘를 새로 만들거나 시설물을 설치해왔다. 포럼 측은 이번에도 스님의 허가를 받았고 예정지 사진을 지난해 사루후쓰 촌에 제시하기도 했다.

부촌장은 또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23일 가진 면담에서 “동아일보의 보도가 심히 불쾌하다”는 의견을 전하며 “비문에도 이견이 있다. 이번에는 어쨌든 중지하고 빠른 시일 내에 추모비를 다시 건립할 수 있도록 회의를 갖자”고 말했다. 포럼 관계자가 비문에서 ‘강제로 동원됐다’는 표현을 문제 삼는 것이냐고 따지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포럼 관계자는 “2005년 이후 4차례 희생자 유골을 발굴했을 때 어김없이 ‘강제희생자 발굴’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촌장이 협조해왔고 2007년에는 한국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위원회의 감사장도 받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사루후쓰 촌에는 본보의 관련 보도가 21일자로 나간 후 우익단체와 인사들의 항의 전화와 팩스가 쏟아졌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