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들은 사람이 죽으면 이 세상 곳곳에 머문다고 믿었다. 김효근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가 작곡한 ‘내 영혼 바람 되어(A Thousand Winds)’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인디언의 구전 시에 곡을 붙인 노래다. ‘그곳에서 울지 마오/나 거기 없소 나 그곳에 잠들지 않았다오/…(중략)…/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찬란히 빛나는 눈빛 되어/곡식 영그는 햇빛 되어/하늘한 가을비 되어(후략).’ 사랑하는 이들이 떠나도 모습을 바꿔 내 곁에 머물고 있다는 믿음은 큰 위로가 된다.
▷낙원을 꿈꾸며 타이티로 떠난 고갱은 병과 궁핍으로 힘든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딸이 숨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고갱은 딸을 유독 사랑했다. 고통 속에 감행한 자살 시도가 실패하자 고갱은 죽기 전에 필생의 역작을 그리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긴 제목의 걸작이다. 폭이 4m 가까이 되는 이 대작은 숨을 턱 막히게 만든다. 삶과 죽음에 대한 고갱의 처절한 고뇌가 전해지기 때문이다.
손효림 경제부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