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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가속기 2015년 완공… ‘神의 빛’으로 창조경제 밝힌다

입력 | 2013-11-25 03:00:00


경북 포항 포스텍 안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 시설 공사가 30%가량 진행됐다. 내년 11월 외형 공사 준공과 함께 가속기 장치가 놓이면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최첨단 과학기술 기반을 갖추게 된다. 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물은 수소(H)와 산소(O)의 결합체라는 과학지식은 초등학생도 안다. 녹색식물이 빛(태양에너지)을 이용하는 광합성(光合成)으로 살아간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물이 만들어지는 ‘신비로운 순간’은 아직 관찰하지 못했다. 식물이 빛을 모아 광합성을 하는 오묘한 과정도 생생한 동영상처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같은 신비도 내년 말 경북 포항 포스텍(포항공대)에 설치되는 ‘4세대 빛 가속기’를 통해 선명한 모습으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 ‘찰나’를 관찰하는 4세대 빛 가속기

포스텍 캠퍼스 한쪽에 건설 중인 4세대 가속기는 빛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다. 자동차 가속페달을 밟으면 속도가 빨라지는 것처럼 전자(電子)를 빨리 달리게 가속하면 새로운 빛이 만들어진다. 이 빛을 활용해 생명공학 의학 환경공학 등 첨단 과학기술 연구에 활용한다.

4세대 가속기가 만드는 빛은 매우 특별하다. 물 생성 과정이나 광합성 과정처럼 불가사의한 순간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세대 가속기는 현재 미국과 일본이 보유 중이며 중국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가 4세대 가속기를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건립하는 것은 3세대 가속기를 통해 20년 가까이 쌓은 가속기 운영 능력 덕분이다. 포항가속기연구소 4세대 방사광가속기구축추진단 김광우 부단장(이학박사)은 “최근 대만을 방문해 보니 우리의 4세대 가속기 설치를 매우 부러워했다”며 “이 가속기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수준을 얼마나 높일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수소와 산소가 만나는 ‘찰나’(시간의 최소 단위)를 관찰할 수 있다면 물에서 수소를 완벽하게 분리해 에너지로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첫걸음이 된다. 석유 같은 화석연료에 더 의존할 필요가 없다. 식물이 광합성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지구촌은 석유 대신 우주에 무궁무진하게 존재하는 수소연료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물에서 분리한 수소로 생활에너지를 만들면 부산물로는 오직 물만 배출돼 오염도 없다. 우리나라 가속기 역사의 산증인인 고인수 4세대 가속기 구축 추진단장(60·포스텍 물리학과 교수)은 “관찰할 수 있어야 응용이 가능하다”며 “4세대 가속기가 만드는 빛은 인류의 꿈이고 희망”이라고 말했다.

4세대 가속기(선형)는 3세대 가속기(원형)와 100m가량 떨어진 곳에 만들지만 성능과 역할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고 교수는 “4세대 가속기는 3세대 가속기를 성능 개선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가속기여서 4세대라는 말이 정확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국제적으로 30여 개가 있는 3세대 가속기를 활용해 그동안 노벨과학상 수상자 6명이 배출됐지만 인류 역사를 바꿀 만한 획기적인 연구는 아직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고 교수는 설명했다.

내년에 완공될 예정인 경북 포항 4세대 가속기(왼쪽) 조감도. 오른쪽 원형 시설은 1994년부터 가동 중인 3세대 가속기. 포항가속기연구소 제공

○ 빛나는 경북 동해안 사이언스

직선 모양의 4세대 가속기가 향하는 곳은 공교롭게도 경북 포항시 북구의 신광(神光)면이다. ‘신의 빛’이라는 뜻인 신광면에서 ‘빛 중의 빛’을 만드는 장치가 세워지는 것이다. 신라시대의 연오랑세오녀 설화가 전해 오는 영일(迎日·해맞이)도 빛의 신화다. 포항제철소의 용광로 ‘불빛’도 모두 빛을 품고 있다.

영일만을 중심으로 경북 동해안이 과학기술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되는 이유도 이 같은 빛 전통에서 비롯됐다. 포스텍을 비롯해 3, 4세대 가속기가 영일만 포항에 둥지를 틀고 인근 경주에는 양성자가속기(한국원자력연구원 경주양성자가속기센터)가 올해 7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양성자(수소 원자에서 전자를 떼 낸 입자) 가속기는 물질의 구조를 바꿀 수 있어 과학기술 측면에서 활용할 영역이 매우 넓다. 이처럼 든든한 기초과학 기반이 경북 동해안에 모여 있다.

포스텍에는 또 정부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이 대학 중에는 가장 많은 4개가 운영되고 있다.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는 교수와 연구원 300여 명이 연구하는 국내 대학 최대규모 민간 연구소로 생명공학 최신 연구를 이끈다. 피 한 방울로 폐암과 췌장암 등을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연구도 국립암센터 등과 공동으로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세계 최고 기초과학연구기관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한국연구소가 2011년 포스텍에 분소를 설치한 것은 경북과 포스텍의 과학기술 역량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1996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국제연구기구인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도 포스텍에 본부가 있다. 김승환 APCTP 소장(54·포스텍 물리학과 교수)은 “포스텍을 중심으로 동해권의 과학기술 기반은 국제 기준에 다가가거나 넘어서고 있다”며 “연구 성과가 산업화로 활발하게 연결되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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