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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 비리 처벌 군납업체와 수상한 거래

입력 | 2013-11-25 03:00:00

6개월~2년 자격박탈 규정 어기고 원가 부풀려
3월 실형 받은 곳과 7, 9월에 다시 원단 납품계약 체결




방위사업청이 군납 과정에서 원가를 부풀리고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업체와 다시 납품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서부지법은 납품을 하며 원가를 부풀리고, 계약을 성사시킬 목적으로 국방부 소속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월남참전전우회’ 간부인 K 씨에게 올 3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이 사실을 알고도 월남참전전우회와 7월에 군복 내피 원단, 9월에 여름용 체육복 원단 납품계약을 맺었다.

국가계약법에는 ‘납품업체의 비리가 드러나면, 방위사업청은 계약심의위를 열어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자격을 6개월∼2년간 박탈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바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물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고, (업체의) 부당 이득의 규모를 자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바로 후속 조치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뇌물 수수 등 비리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계약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7개 보훈 관련 업체의 대표들이 원가를 부풀린 혐의로 무더기 실형 선고를 받았다. 서울서부지법은 방위사업청에 의류 원단을 납품하면서 원가를 부풀려 수억 원씩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사기)로 기소된 업체 대표들에게 이달 중순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월남참전전우회 간부 K 씨는 이번 재판에서도 비슷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방위사업청은 이들 업체 대표에 대한 기소 사실을 지난해 12월 검찰로부터 통보받았지만 이 중 일부와 올해 6월 납품 수의계약을 다시 체결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1심 판결 전이었기 때문에 검찰에서 기소한 혐의만으로 자격을 박탈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방위사업청은 “월남참전전우회는 국방부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3월에 유죄 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이번 11월 판결도 남아 있었기 때문에 한꺼번에 후속 조치를 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죄목으로 두 번이나 검찰의 기소를 당한 업체에 제재하지 않고 또 다른 재판 결과를 기다린다는 이유로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이달 말 계약심의위를 열 계획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방위사업청의 태도에 형평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년 전 방위사업청에 물품을 공급했던 ‘애국단체원’은 다른 기관에 변압기를 납품하다 기일을 어겨 해당 기관으로부터 ‘부정당 거래 제재’를 받았다. 이를 알게 된 방위사업청은 애국단체원을 다음번 계약 대상에서 제외했다. 원가 부풀리기 및 뇌물 공여 등으로 문제를 일으킨 업체와는 계속 계약을 이어가면서, 납기 위반이라는 상대적으로 미약한 잘못을 한 업체는 계약자격을 박탈한 것이다.

김수연 sykim@donga.com / 대전=지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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