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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농축 우라늄 포기에 70억달러 제재 완화

입력 | 2013-11-25 03:00:00

‘이란 vs P5+1’ 핵협상 타결
이란 6개월간 핵프로그램 동결… 10년간 교착상태 해소 첫걸음
오바마-로하니 일제히 환영… 美의회 “이란 추가제재 지속 추진”




이란과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 간의 이란 핵협상이 24일 타결됐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3차 협의에서 이란 핵프로그램과 관련해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관련국들은 나흘간의 마라톤협상을 펼친 끝에 이날 오전 3시 제네바의 유엔 유럽본부(UNOG)에서 합의문에 서명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협상 타결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의는 10년간의 교착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첫 단계”라며 “이번 합의는 6개월간 적용되는 ‘초기 합의’이며 6개월 동안 이란 핵문제의 영구적 해결을 위한 포괄적 합의가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일시 중단하는 대신 제재를 일부 완화해 주는 내용이다. 이란이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추가 제재가 취해진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 비율을 5%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농축 비율 5%는 에너지 생산용으로는 충분하지만 서방 국가들이 우려하는 핵폭탄 제조는 불가능하며 추가 농축이 필요한 수준이다. 그러나 농축 비율을 3.5%로 더 낮추려는 P5+1의 요구는 관철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란이 3.5% 농축 우라늄 생산 권리를 최종적으로 인정받게 될 경우 ‘예외적 인정’ 논란 소지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외국과 새로 체결하는 원자력 협정에서 해당국이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리를 포기하는 내용을 관철하려 해 왔기 때문이다.

이란이 이미 생산해 보관하고 있는 무기화가 가능한 20%의 고농축 우라늄은 희석시키거나 산화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란은 새로운 원심분리기를 설치하지 않고 농축 시설도 새로 건설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가동 중인 1만9000개에 달하는 원심분리기와 농축 시설을 해체하는 방안은 수용되지 않았다.

협상의 핵심 쟁점이던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되 핵확산금지조약(NPT)이 명시한 평화적 핵개발 권리는 인정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그동안 이란이 줄기차게 핵개발 권리를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핵 주권 인정은 이란의 중요한 승리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은 이란의 합의 이행 대가로 60억∼70억 달러 규모의 제재 완화에 나서기로 했다. 케리 장관은 “이란은 해외에 묶여 있는 석유 자산 중 42억 달러를 회수할 수 있게 됐고 19억 달러 상당의 석유화학제품, 차량 관련 품목 등을 외국에 수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협상 타결 후 “이번 합의는 세계적인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중요한 첫 번째 진전”이라며 “이란이 향후 6개월 동안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제재 완화를 철회하고,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번 합의는 새 지평을 열었다”며 “이란의 ‘핵 주권’ 문제와 관련해 ‘협상안에 핵 농축을 계속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협상에 비판적이던 미 의회는 그동안 추진해 온 추가 이란 제재 방안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합의는 이란이 원하는 것을 모두 수용해 준 나쁜 합의”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워싱턴=정미경 mickey@donga.com   

파리=전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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