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노예로 세뇌 당해 통제된듯”
런던에서 30년 동안 감금된 채 노예 생활을 해온 피해여성 3명 중 2명은 남성 용의자와 ‘정치적 이념(political ideology)’이 같아 처음 만나 집단생활을 시작했다고 영국 경찰이 밝혔다.
스티브 로드하우스 런던경찰청 수사본부장은 23일 피해자들을 노예 상태로 감금해온 혐의를 받는 부부가 인도와 탄자니아 출신으로 둘 다 67세이고 영국에는 1960년대에 입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들이 정치적 이념을 공유한 공동체가 끝난 이후에도 이들이 30년간 집 안에서 노예처럼 강제노동을 계속한 이유를 수사 중이다.
로드하우스 본부장은 “피해자들이 장기간 감정적, 육체적으로 가혹 행위를 겪은 것은 분명하다”며 “이들은 지속적으로 ‘노예’라고 세뇌당하면서 ‘보이지 않는 수갑’에 통제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들 여성에 대해 성적인 학대 혐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전날 용의자 집에 대한 가택수색을 벌여 가방 55개 분량의 증거물 2500건을 확보했으며, 주민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진행했다.
한편 영국 의회에서 ‘현대판 노예 금지법안’ 심사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프랭크 필드 의원(노동당)은 “영국에서 국제범죄조직에 의한 인신매매가 점점 증가하는 요즘에 이번 감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성들의 강제결혼과 노예감금 피해사례를 돕는 자선재단 ‘프리덤 채리터’의 아니타 프렘 설립자는 “이번 사건이 보도된 이후 우리 재단에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24시간 동안 끊임없이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