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만원에 터키일주? 작가가 직접 체험하고 왔더니…
터키여행, 패키지가 매력적인 이유
일정이 시작되자 저렴한 가격에 혹시나 하는 우려의 마음은 눈 녹듯 사라졌다.
숙소는 5성급의 쾌적한 호텔이었고 현지식은 한식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입맛에 맞는 터키의 음식들로 구성이 다양했다. 실제로 젊은 여행자뿐만 아니라 나이 드신 어른이나 아이들까지 모두가 만족했다. 터키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이자 유럽과 아시아의 문화가 온전히 융합된 거대한 나라다. 그러므로 터키 여행은 역사적 지식이 해박할수록 재미있어진다. 관광지를 둘러보기 전 가이드의 유쾌하고 명쾌한 설명은 터키를 온전히 여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대충 둘러보고 발 도장만 찍는 여행이 아닌 공부하고 오래 기억하는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견고하게 짜인 알찬 일정
카파도키아 일정의 백미는 무엇보다 옵션 상품으로 진행되는 열기구 투어다. 시력 검사할 때 보았던 열기구 수십 대가 둥둥 떠다니는 그래픽 같은 풍경은 카파도키아에서 오롯이 현실이 되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수십 대의 열기구가 카파도키아의 새벽하늘을 가르고 부유하는 풍경은 가히 장관이다. 마치 다른 행성 어딘가에 발을 디딘 느낌이다. 유구한 세월 동안 바람과 물과 공기가 빚어 만든 거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하다 보면 어느덧 새벽하늘을 가르고 해가 솟는다. 하늘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분명 생에 가장 아름다운 경험이었고 이 기억은 평생 내게 힘을 주는 삶의 원동력이 될 게 분명하다. 사실 열기구 투어를 신청하기 전에는 투어비 170유로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였지만, 역시 경험에 투자하는 것이 최고의 자산이라는 말을 여실히 증명했다.
넷째 날은 터키 남부지역으로 이동했다. 오스만튀르크와 그리스 문화가 혼재되어 골목골목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지중해 휴양도시 안탈리아에서 반나절을 보냈고, 수만 년에 걸친 석회암의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석회봉과 온천수가 장관을 이루는 파묵칼레에서 일몰을 맞았다. 붉게 물든 하늘빛이 하얀 석회암 위로 물드는 풍경이 경이롭다. 알맞은 시간에 알맞은 곳에 머무르는 알찬 스케줄 덕분에 발길 닿는 곳마다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온전히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여섯째 날은 에게 해 연안에 위치한 이오니아의 고대도시 에페소에 들렀다. 에페소는 알렉산더 대왕의 시대를 거쳐 부흥기를 맞았고 1세기에는 사도 바울이 기독교를 전파한 곳으로 유명하다.
에페소를 거쳐 그리스계 사람들이 모여 사는, 회벽과 붉은 지붕의 동화 같은 마을 쉬린제를 둘러보고 에게 해의 아담하고 소박한 해안도시이자 터키인들이 사랑하는 휴양지 아이발륵에 도착하는 것으로 여섯째 날의 일정은 마무리된다. 날이 바뀌면 부르사로 이동한다. 오스만제국 초기 수도였던 부르사에는 1대, 2대 술탄의 무덤이 있으며 그림 같은 경관을 자랑하는 골목과 문기둥의 화려한 조각으로 유명한 울루자미가 있다. 부르사에서 이스탄불로 이동해 야경을 즐기고 다음날 아침 터키를 출국하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엄마와 딸, 부부, 친구, 자매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동행한 사람들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높은 수준의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모두가 행복해했다.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여행 첫날 나눠준 스케줄표와 달러책이었다. 세심한 스케줄표는 차치하고라도 여행 일정 동안 팁을 놓으라며 1달러짜리 열 장을 책으로 만들어 나눠 준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와이파이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었다는 것도 매우 큰 장점이다. 덕분에 급한 업무를 마무리 짓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행의 감동을 바로 기록하고, 가족과 친구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었다.
다시 이곳에 머물고 싶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이 아름다운 땅의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맛보며 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마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터키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10년간 60여 개국을 돌아다닌 여행자에게 2013년 11월의 터키는 최고의 여행지였다.
박진희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