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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나를 찾아서]유럽과 아시아가 공존하는 찬란한 유산

입력 | 2013-11-26 03:00:00

99만원에 터키일주? 작가가 직접 체험하고 왔더니…




《 개별여행을 주로 다니던 나는 피로해졌다. 여행을 스스로 준비하는 설렘은 있지만 항공, 숙박, 식당, 일정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는 것이 만만치 않고 직업상 너무 자주 감당하는 일이다 보니 많이 지친 것이 사실이다. 나는 목적지와 가격만 정하고 모든 게 준비된 대로 척척 진행되는 것을 원했다. 이런 이유로 여행과 관련한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패키지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

터키여행, 패키지가 매력적인 이유

이번 기회에 터키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꼭 가보고 말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했지만 광활한 면적 때문에 개별여행을 할 경우 이동거리가 부담스러워 항상 뒤로 밀린 여행지였다. 목적지는 정했으니 다음은 가격이다. 항공이 싸고 현지 상황은 수려한, 다시 말해 실속 있는 항공 가격과 품격 있는 현지 일정으로 구성된 여행상품을 찾았다.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심정으로 토끼 눈이 될 때까지 인터넷을 뒤지고 또 뒤졌다. 고심 끝에 선택한 것은 참좋은여행의 터키 일주 9일 상품이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저렴한 가격이지만 일단 믿고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구의 중심에 위치한 터키는 역사, 자연, 문화를 두루 아우르는 수많은 볼거리로 가득하다. 광활한 대륙을 9일의 일정으로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이스탄불에서 시작해 앙카라, 카파도키아, 안탈리아, 파묵칼레, 에페소, 아이발륵, 부르사로 이어지는 시계방향으로 일주하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나면 터키에 대한 여행자의 호기심은 충분히 충족된다.

일정이 시작되자 저렴한 가격에 혹시나 하는 우려의 마음은 눈 녹듯 사라졌다.

숙소는 5성급의 쾌적한 호텔이었고 현지식은 한식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입맛에 맞는 터키의 음식들로 구성이 다양했다. 실제로 젊은 여행자뿐만 아니라 나이 드신 어른이나 아이들까지 모두가 만족했다. 터키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이자 유럽과 아시아의 문화가 온전히 융합된 거대한 나라다. 그러므로 터키 여행은 역사적 지식이 해박할수록 재미있어진다. 관광지를 둘러보기 전 가이드의 유쾌하고 명쾌한 설명은 터키를 온전히 여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대충 둘러보고 발 도장만 찍는 여행이 아닌 공부하고 오래 기억하는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견고하게 짜인 알찬 일정

인천에서 오전에 출발해 우리나라보다 시차가 7시간 느린 터키 이스탄불에 도착하면 오후 3시, 도착하자마자 실크로드의 종착역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석조 지붕 시장인 그랜드 바자로 향했다. 터키 특산품인 카펫, 전등, 스카프, 금, 터키석 등을 파는 상점 5000여 개가 밀집해있는 대규모 재래시장에서는 터키 사람들의 삶의 활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스탄불에서의 둘째 날은 세계문화유산을 둘러보는 것으로 꽉 채워진 알찬 일정이 기다린다. 붉은빛의 고결한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성 소피아 성당, 경건하고 웅장한 아름다움에 압도되는 이슬람사원 블루모스크,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영광을 고스란히 보전한 톱카프 궁전까지 온전히 돌아보고 나면 하루가 훌쩍 지난다. 셋째 날과 넷째 날은 터키 여행의 하이라이트, 바로 카파도키아 주변의 다양한 일정이다. 만화 스머프의 배경이 된 괴레메 골짜기, 버섯 모양의 수백 개의 돌기둥 사이를 가볍게 트레킹 하는 파샤바 계곡,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새기고 우뚝 선 거대한 바위 우치히사르, 로마시대 박해를 피해 건설한 지하 도시 데린구유까지 둘러보노라면 마치 다채롭고 진귀한 아이템들이 가득 들어있는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기분이다.

카파도키아 일정의 백미는 무엇보다 옵션 상품으로 진행되는 열기구 투어다. 시력 검사할 때 보았던 열기구 수십 대가 둥둥 떠다니는 그래픽 같은 풍경은 카파도키아에서 오롯이 현실이 되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수십 대의 열기구가 카파도키아의 새벽하늘을 가르고 부유하는 풍경은 가히 장관이다. 마치 다른 행성 어딘가에 발을 디딘 느낌이다. 유구한 세월 동안 바람과 물과 공기가 빚어 만든 거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하다 보면 어느덧 새벽하늘을 가르고 해가 솟는다. 하늘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분명 생에 가장 아름다운 경험이었고 이 기억은 평생 내게 힘을 주는 삶의 원동력이 될 게 분명하다. 사실 열기구 투어를 신청하기 전에는 투어비 170유로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였지만, 역시 경험에 투자하는 것이 최고의 자산이라는 말을 여실히 증명했다.

넷째 날은 터키 남부지역으로 이동했다. 오스만튀르크와 그리스 문화가 혼재되어 골목골목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지중해 휴양도시 안탈리아에서 반나절을 보냈고, 수만 년에 걸친 석회암의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석회봉과 온천수가 장관을 이루는 파묵칼레에서 일몰을 맞았다. 붉게 물든 하늘빛이 하얀 석회암 위로 물드는 풍경이 경이롭다. 알맞은 시간에 알맞은 곳에 머무르는 알찬 스케줄 덕분에 발길 닿는 곳마다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온전히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여섯째 날은 에게 해 연안에 위치한 이오니아의 고대도시 에페소에 들렀다. 에페소는 알렉산더 대왕의 시대를 거쳐 부흥기를 맞았고 1세기에는 사도 바울이 기독교를 전파한 곳으로 유명하다.

에페소를 거쳐 그리스계 사람들이 모여 사는, 회벽과 붉은 지붕의 동화 같은 마을 쉬린제를 둘러보고 에게 해의 아담하고 소박한 해안도시이자 터키인들이 사랑하는 휴양지 아이발륵에 도착하는 것으로 여섯째 날의 일정은 마무리된다. 날이 바뀌면 부르사로 이동한다. 오스만제국 초기 수도였던 부르사에는 1대, 2대 술탄의 무덤이 있으며 그림 같은 경관을 자랑하는 골목과 문기둥의 화려한 조각으로 유명한 울루자미가 있다. 부르사에서 이스탄불로 이동해 야경을 즐기고 다음날 아침 터키를 출국하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여행후기

엄마와 딸, 부부, 친구, 자매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동행한 사람들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높은 수준의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모두가 행복해했다.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여행 첫날 나눠준 스케줄표와 달러책이었다. 세심한 스케줄표는 차치하고라도 여행 일정 동안 팁을 놓으라며 1달러짜리 열 장을 책으로 만들어 나눠 준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와이파이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었다는 것도 매우 큰 장점이다. 덕분에 급한 업무를 마무리 짓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행의 감동을 바로 기록하고, 가족과 친구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었다.

다시 이곳에 머물고 싶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이 아름다운 땅의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맛보며 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마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터키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10년간 60여 개국을 돌아다닌 여행자에게 2013년 11월의 터키는 최고의 여행지였다.


박진희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