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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회 갈등과 분열, 정치가 앞장서서 풀어야

입력 | 2013-11-26 03:00:00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 소속된 박창신 원로신부의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대통령 사퇴를 입에 담은 것도 터무니없거니와 연평도와 천안함 사태에서 북한을 옹호하는 말을 한 것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키다가 희생된 장병과 유족, 지금도 NLL을 사수하고 있는 장병들을 모독하는 일이다. 각계에서 규탄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대주교는 그제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사제가 직접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마치 나 자신이 하느님처럼 행동하고 판단하려는 교만과 독선은 하느님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죽하면 한국 천주교에서 추기경 다음 가는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교구장이 나서 이런 경고를 하겠는가. 세속의 정치에 지나치게 간여하고 부적절한 언행으로 사제복을 욕되게 하는 일부 사제들에 대해서는 먼저 천주교 내에서 자정(自淨) 운동을 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도 나섰다. 박 대통령은 어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앞으로 저와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박 신부의 발언은 사제이기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본을 망각한 언동으로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적에 동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검사 출신인 정 총리의 말 속에는 법률적 판단까지 내포돼 있는 듯하다. 박 신부의 발언은 법률적 판단 이전에 국민의 심판에 맡기는 게 옳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 9개월의 국정을 돌아볼 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일”이라고도 했다. 따지고 보면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각각의 진영으로 갈라져 자기 논리만을 고집하는 데는 정치가 중대한 원인을 제공했다. 대통령과 여야 모두의 책임이다.

어제 여야가 대표회담을 가졌으나 의미 있는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논의할 여야 4인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3, 4일 내에 답을 주겠다”고 말했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면 정치 외적인 요인이 그 자리를 대신해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대화와 타협, 상생의 정신으로 사회의 갈등 요인을 해소하고 지금의 난국을 타개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