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12월 착공해 1968년 2월 끝난 태국 공사는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걸핏하면 내리는 폭우로 기껏 해놓은 공사가 물거품이 되기 일쑤였고 자재비도 예상을 웃돌았다. 큰 손실을 보고 돌아온 정주영에게 박정희는 “정 사장, 이번에 태국의 도로공사에서 손해를 많이 봤다죠?”라고 위로했다. 정주영은 “각하, 대신 좋은 경험을 얻었습니다. 앞으로는 이 경험을 토대로 해외공사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현대건설이 최근 중남미에서 14억 달러의 대형 정유공장 건설공사를 수주해 국내 건설사 최초로 해외공사 누적 수주액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48년 전 첫 해외진출의 뼈아픈 경험은 1970년대 이후 중동 동남아 등에서 약진하며 위상을 높이는 데 보약이 됐다. 현대건설이 2001년 자금난으로 채권단 관리로 넘어갔다가 2011년 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그룹에 다시 돌아간 뒤 2년여 만에 맞는 경사(慶事)여서 감회가 더 새로울 것이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