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스포츠동아DB
그에게선 박지성의 향기가…
1. 박지성이 대표팀 떠나며 지목한 후계자
2. 카디프 입단때 주저없이 선배의 13번 선택
3. 맨시티전 맹활약 이어 맨유전 데뷔골 강팀 킬러 닮은꼴
‘포스트 박지성’ 김보경(24·카디프시티)이 카디프의 영웅이 됐다. 김보경이 ‘대선배’ 박지성(32·아인트호벤)의 등번호 13번을 달고 박지성이 뛰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침묵시켰다. 김보경은 25일(한국시간) 맨유와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홈경기에서 경기종료 직전 극적인 헤딩 동점골로 패배 위기의 팀을 구했다. 김보경은 1-2로 뒤지던 후반 31분 교체로 들어가 후반 추가시간 피터 워팅엄의 프리킥을 머리로 연결해 그물을 갈랐다. 김보경은 유니폼 상의를 벗어던진 채 질주한 뒤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으며 포효했고, 홈 팬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프리미어리그 데뷔 골. 카디프의 기적을 이끈 김보경은 각본 없는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아울러 박지성의 향기가 그대로 느껴진 하루였다.
홍명보, 조광래, 허정무 등 지도철학이 모두 조금씩 다른 전현직 국가대표 감독들이 한결 같이 칭찬하는 선수가 바로 김보경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김보경이 축구를 할 줄 아는 영리함을 지녔다”고 평한다. 김보경의 별명은 ‘포스트 박지성’이다. 그는 박지성이 2011년 초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면서 후계자로 불렸다. 외모가 비슷한데다 왼쪽날개와 중앙 미드필드를 두루 소화할 수 있고 성실함과 센스를 갖춘 게 공통점이었다. 박지성처럼 일본을 거쳐 유럽으로 진출한 것도 닮았다. 박지성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후계자로 김보경을 지목해 화제를 모았다. 김보경은 올 여름 카디프시티 입단 후 13번을 달았다. 낯이 익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7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며 달았던 번호다. 김보경은 10번 등 좋은 번호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주저 없이 13번을 달라고 했다. ‘포스트 박지성’을 향한 그의 열망이 느껴진다.
● 강팀 킬러 김보경
박지성은 맨유 시절 강팀에 강했다. 맨유는 초호화 스타들이 즐비했다. 그곳에서 7년 간 버티면서 끊임없이 치열한 주전경쟁을 펼쳤다. 주전에서 밀렸다는 평을 들을 때마다 멋진 득점으로 진가를 입증하곤 했다. 박지성은 아스널, 첼시, 리버풀 등 EPL 빅3를 상대로 모두 골맛을 봤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AC밀란(이탈리아) 골문을 열기도 했다.
김보경도 박지성의 뒤를 이어 강팀 킬러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8월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홈경기에서 후반 중반 환상적인 드리블을 선보였다. 오른쪽 측면에서 동료와 패스를 주고받은 뒤 상대 진영 중앙에서부터 4명을 제치고 들어가 올린 오른발 크로스가 군나르손의 골로 연결됐다. 비록 도움으로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김보경의 플레이는 환상적이었다. 김보경이 강팀을 상대로 올린 득점은 모두 의미가 깊다. 맨시티 전(카디프시티 3-2 승) 때 군나르손의 득점은 카디프시티가 1부 리그로 승격한 뒤 51년 만에 기록한 골이었다. 이번 맨유 전 김보경의 득점은 카디프시티가 1975년 2부 리그에서 맨유를 상대한 뒤(당시 0-4 카디프시티 패) 38년 만에 다시 만나 기록한 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