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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이승건]‘몸값 대박’=축복+사명

입력 | 2013-11-26 03:00:00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올해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너무 뜨거웠다. FA를 선언한 16명이 잔류 또는 팀을 옮기며 계약한 총액이 523억5000만 원으로 이전까지 최다였던 2년 전의 261억5000만 원의 2배가 넘었다. 계약금만 35억 원을 받으며 역대 FA 최고액을 새로 쓴 롯데의 28세 포수 강민호(4년 75억 원)를 필두로 30억 원 이상(4년)에 계약한 선수가 7명이나 된다. 30억 원은 웬만한 월급쟁이들이 삼대(三代)를 이어가도 만지기 힘든 액수다. 거품이 지나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만 구단들이 경쟁적으로 제 돈 내고 모시겠다는데 딱히 할 말은 없다. 다만 평소 적자가 많다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게 야구단 운영이라고 입버릇처럼 앓는 소리를 하던 구단들이 더 엄살을 떨지 않을까 우려는 된다.

타고난 재능에 부단한 노력을 더해 몸값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들을 롤 모델로 삼는 어린 선수들에게도 그만한 동기 부여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 멋진 롤 모델이 되기 위해 ‘많이 받는 것’에 덧붙여 ‘많이 나누는 것’도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누구보다 앞장서서 나눔 활동에 참가하는 스포츠 스타들도 있긴 하다. 축구의 홍명보 대표팀 감독과 박지성, 골프 최경주, 야구 박찬호, 역도 장미란 등은 거액을 들여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까지 만들어 꿈나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다. 개인 자격으로 거액을 기부한 스타들도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가 꾸준하게 그래 왔고, ‘뜀틀의 신’ 양학선도 최근 태풍 하이옌의 피해를 본 필리핀의 난민을 위해 긴급구호기금으로 1억 원을 쾌척했다. 프로야구 한화 김태균은 지난해 말 야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 이상을 기부한 사람들을 말한다. 홍명보 감독이 스포츠 선수 출신으로는 첫 번째로 가입했고 김태균이 두 번째, 여자 골프 최나연이 세 번째다.

스포츠 스타들의 나눔 활동 가운데 가장 많은 사례는 구단이나 협회 등 소속 단체가 주최하는 이벤트에 동참하는 것이다. 매년 이맘때 등장하는 ‘사랑의 쌀 전달’이니 ‘사랑의 연탄 나르기’ 등의 행사가 그 대상이다. 하지만 이 경우 비용은 대부분 소속 단체가 부담하고 선수들은 얼굴만 내밀면 되기에 적극적인 나눔 활동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토크쇼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남보다 더 가졌다는 것은 축복이 아닌 사명”이라고 했다. 스포츠 스타들은 가진 게 많다. 건강을 가졌고 능력도 충만하다. 그 덕분에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돈도 많이 번다. 받은 것을 되돌려주는 스포츠 스타들이 늘고 있지만 이렇게 나눔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이들은 아직은 적은 편이다. ‘몸값 대박’이라는 축복만 누리지 말고 이를 사명으로 여기는 스포츠 스타를 더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