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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신 사면법안’ 태국을 뒤흔들다

입력 | 2013-11-26 03:00:00

여당 추진법안에 총리오빠 포함… 방콕서 10만여명 정권퇴진 시위
탁신지지 시위에도 4만명 몰려




태국의 잉락 친나왓 총리가 오빠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구하려다 격렬한 항의 시위가 발생하는 등 역풍을 맞고 있다.

2008년 권력남용과 탈세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을 받은 뒤 체포를 피해 해외에 도피 중인 탁신 전 총리를 사면하려는 잉락 총리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25일 방콕의 재무부 청사를 점거했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최근 3주간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 청사를 점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시위는 2010년 3월 반정부 유혈사태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앞서 24일 방콕에서는 시민 10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야당이 주도하는 시위가 열렸으며 야당인 민주당은 25일 이후 100만 명 가까운 인원이 시위에 참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시위는 잉락 총리가 탁신 전 총리를 포함해 2004년 이후 유죄를 받은 정치인과 시민운동가들을 포괄적으로 사면하기 위해 8월부터 관련 입법을 추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잉락 총리와 집권 푸어타이당은 이번 사면에 대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사범들을 사면해 정치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 안정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은 “오빠를 사면한 뒤 귀국시켜 정치에 복귀시키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대다수 국민도 야당에 지지를 보냈다. 지난달 31일 6500여 명 수준이었던 반정부 시위 참가자는 6일 2만 명, 24일에는 10만 명까지 늘었다.

잉락 총리가 추진했던 사면법은 1일 하원을 통과했지만, 11일 상원에서 부결되면서 하원으로 자동 반송됐다. 절차대로라면 180일 뒤 정부가 법안을 재발의할 수 있지만 현재 분위기로선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야당은 이번 시위를 통해 탁신 전 총리의 사면을 막고 나아가 정권 퇴진 운동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잉락 총리를 압박해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을 끌어내려는 계획이다.

잉락 총리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퇴나 의회 해산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레드 셔츠’로 불리는 탁신 지지자들도 잉락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레드 셔츠’ 4만여 명은 이날 방콕 국립경기장에 모여 “야당과 반정부 시민단체들이 사면법을 빌미로 정부 붕괴를 꾀하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사수하겠다”고 선언했다.

태국은 2008년 총리 청사와 공항 등을 한 달 이상 점거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당시 친(親)탁신 정부가 무너지고 아피싯 웨차치와 전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다. 그러나 2년 뒤인 2010년 ‘레드 셔츠’ 운동가들이 방콕 시내를 2, 3개월 동안 점거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여 조기 총선을 끌어냈고, 그 결과 잉락 총리가 집권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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