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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후계자, 박지성 내보낸 맨유 울렸다

입력 | 2013-11-26 03:00:00

카디프 김보경, 막판 극적 동점골… 환상 헤딩으로 EPL 데뷔골 장식
언론들 “모이스-퍼거슨 언짢을 것”




김보경(24·카디프시티)의 머리를 떠난 공이 골라인을 넘자 데이비드 모이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고개를 숙였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던 ‘맨유의 전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의 표정도 한순간에 굳어 버렸다. 하지만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을 찾은 2만8000여 안방 팬들은 ‘킴보(Kimbo·김보경의 애칭)’를 연이어 외쳐대며 환호했다. 킴보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카메라가 다가오자 엄지를 세워 보이면서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김보경이 팀을 패배에서 구해내는 동점 골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데뷔 골을 신고했다. 김보경은 25일 영국 웨일스 카디프에서 열린 맨유와의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안방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2-2를 만드는 동점 헤딩 골을 터뜨리면서 리그 1호 골을 기록했다. 2013∼2014시즌에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넣은 첫 골이기도 하다.

후반 32분 교체 투입된 김보경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피터 휘팅엄이 상대 페널티지역 왼쪽 바깥에서 길게 올린 크로스를 방아를 찧듯 머리로 내리찍어 골로 연결했다. 김보경의 앞뒤에서 맨유의 웨인 루니와 리오 퍼디낸드가 솟아오르면서 샌드위치 마크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카디프시티(승점 13·15위)는 김보경의 천금 같은 동점 골로 승점 1을 추가하면서 강등권인 18위 풀럼(승점 10)과 거리를 뒀다.

김보경의 ‘짧고 굵은’ 활약에 영국을 포함한 해외 언론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유로스포트는 20분도 채 뛰지 않은 김보경에게 최고인 평점 8을 줬다. 영국의 일간 데일리메일은 “모이스 감독은 김보경의 헤딩골을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고 보도했고, 미국의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모이스 감독의 심기가 아주 불편했을 것이다. 퍼거슨 전 감독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김보경의 득점 상황을 경기 최고의 장면으로 선정했다.

맨유 구단은 다 잡은 승리를 놓쳐 아쉬워하면서도 경기 후 내놓은 리뷰 프로그램을 통해 김보경을 높이 평가했다. 맨유의 리뷰 프로그램은 “박지성의 후계자에게 당했다. 상대 팀 선수지만 위치 선정과 패스가 아주 인상적이었다”며 김보경을 칭찬했다. 박지성(PSV 에인트호번)은 2011년 1월 국가대표 은퇴 기자회견에서 김보경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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