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 그만“ 선수들 오기의 자율훈련이성희 감독 “아픈만큼 성숙해져”
이번 시즌도 최하위 인삼공사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완전히 다른 팀이 됐기 때문이다. 인삼공사는 24일 IBK기업은행을 3-1로 꺾고 4승 1패(승점 12)로 우승 후보 기업은행(승점 11)을 밀어내고 1라운드 선두를 기록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세터 이재은과 센터 이보람을 비롯해 외국인 선수 조이스를 영입했지만 크게 전력이 상승한 것은 아니었다. 인삼공사 이성희 감독과 주장 임명옥은 ‘절실함’을 원동력으로 꼽았다. 이 감독은 “이런 성적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설움과 아픔이 있었기 때문에 절실함으로 이번 시즌을 준비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최다 연패라는 불명예가 오히려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되는 계기가 됐다. 선수 전원 연봉이 삭감됐지만 사기는 더 높아졌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선수 모두가 한 시간 일찍 나와 몸을 풀고 공을 주고받았다. 하고 싶었던 선수만 나오던 저녁 훈련도 모두가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임명옥은 “한번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더이상 상처를 받고 싶지 않다는 절실함이 선수들을 독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선수들을 닦달하기보다는 성장하기를 믿고 기다렸다는 이 감독은 “지난 시즌 위로만 받다 축하를 받으니 어색하다. 이제 정규시즌 6분의 1이 지났을 뿐이다. 자만하지 않고 끝까지 이 성적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