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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화 “이란도 北처럼 뒤통수 때릴 것”

입력 | 2013-11-26 03:00:00

‘核 6개월 잠정합의안’ 공개비판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어렵게 타결된 6개월 잠정 합의안에 대해 관련국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동맹국들이 반대 의견을 밝힌 가운데 미국 의회 보수파들도 북한 핵 협상 실패의 경험을 내세워 합의안에 반대했다. 반면 우라늄 농축을 계속하면서 제재 완화까지 챙긴 이란은 축제 분위기다.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24일 전격 발표된 합의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공개 비판에 나섰다.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밥 코커 상원의원(테네시)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 프로그램에 나와 “우리는 북한에서 일어난 일을 봐왔다. 북한은 이제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며 “똑같은 일이 이란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마이크 로저스 하원 정보위원장(미시간)도 CNN방송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해 “우리는 파키스탄과 북한에서 같은 실수를 했다. 역사는 위대한 재판관이자 선생님”이라며 “중동에서 핵무기 경쟁을 확산할 나라를 상대로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작도 하기 전에 야당이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당한 악몽부터 들고 나오자 미국 측 협상 타결 주역인 존 케리 국무장관이 직접 설득에 나섰다. 그는 CNN에 출연해 핵 문제에 관해 이란이 북한과 다른 점 네 가지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그는 “이란은 우선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이고, 협상에 참여해 왔으며, 특정 핵 시설에 대해 매일 사찰을 받기로 했다. 사찰이 진행되는 동안 (핵 개발) 활동도 제한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약속해왔다. 반면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핵실험을 해왔으며 비핵화 정책을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도 1993년 미국과 북핵 협상을 시작할 당시에는 NPT 회원국이었고 20년 동안 협상과 사찰을 수용하면서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며 미국을 우롱했다는 점에서 케리 장관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추수감사절 휴회 후 당장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표결에 부치자는 강경론이 나온다. 민주당 내 서열 3위인 찰스 슈머 상원의원(뉴욕)은 “합의안이 이란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작성됐으며 추가 제재만이 합의 이행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은 양측이 합의를 실제로 이행하는 데 험로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계속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양측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 6개월 뒤 포괄적 해법을 만들 때 갈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 잠정 합의안에 명시된 이란의 의무가 대부분 수가 틀리면 되돌릴 수 있는 ‘가역적’인 조치들이어서 이란은 마음만 먹으면 판을 뒤집고 원상으로 돌아갈 수가 있다.

반면 이란 측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은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는 분위기다. 이란 수도 테헤란 공항에서는 24일 밤늦게 스위스 제네바에서 귀국한 자리프 장관 일행을 수백 명의 지지자가 꽃과 이란 국기를 들고 환영했다. 지지자들은 “지난 8년을 생각하면 협상팀에 감사할 따름”이라며 “자리프 장관은 ‘평화의 대사’”라고 치켜세웠다.

이란 국민들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이 강경한 태도로 8년 동안 미국 등 서방과 대치하면서 경제 제재가 심화된 데 따른 반작용으로 최근 조성된 평화 분위기를 반기는 분위기다. 이번 협상 타결로 이란의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면서 이란 리알화의 가치도 뛰어올랐다. 로이터통신은 달러 대비 리알화 가치가 24일 3%가량 상승해 테헤란 암시장에서는 달러당 약 2만9000리알에 거래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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