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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을 수 있는 것 다 얻었다, 인비 천하 2013

입력 | 2013-11-26 03:00:00

LPGA 최종전 5위 상금왕 2연패, 메이저대회 3연승, 올해의 선수
33주연속 세계랭킹 1위 ‘금자탑’




화려한 피날레였다. 박인비(25·사진)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2년 연속 상금왕에 오르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던 2013시즌을 마감했다. 25일 미국 플로리다 주 네이플스의 티부런 골프장(파72)에서 끝난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 박인비는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해 단독 5위로 마쳤다. 6만3106달러를 추가해 역대 한국 선수 최고인 시즌 상금 245만6619달러(약 26억 원)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상금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인 선수로 상금왕 2연패는 박인비가 처음이다. 상금 2위는 수잔 페테르센(229만6106달러·노르웨이).

“원하는 걸 다 이룬 해”라는 박인비의 결산 소감대로 올 시즌 LPGA투어는 ‘인비 천하’였다. 메이저 3연승을 포함해 시즌 6승을 거두며 한국 선수 최초로 ‘올해의 선수’ 트로피를 안았다. 4월 15일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뒤 이번 주까지 33주 연속 꼭대기에 박인비 이름 석 자를 지키고 있는 것도 한국 선수 최장 기록이다.

박인비는 US여자오픈 우승 후 그랜드슬램에 대한 부담감과 체력 저하로 8개 대회에서 한 차례만 톱10에 들며 주춤거렸다. 하지만 시즌 막판 2개 대회를 모두 5위 이내에 들며 내년 시즌 전망도 한층 밝게 했다.

박인비는 평소 행복 전도사로 유명하다. 골프를 해서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언제든 관둘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시즌을 마치면서 그는 자신을 롤모델로 삼은 후배 꿈나무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골프는 자기와의 싸움이에요. ‘내가 왜 골프를 하나, 왜 이것을 하고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의식을 갖는다면 골프 선수를 떠나 훨씬 더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을 거예요.”

12월 6일 대만에서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스윙잉스커츠 대회에 출전하는 박인비는 평소 겨울 훈련을 하던 미국 로스앤젤레스가 아닌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내년 시즌 대비에 들어갈 계획이다. “시즌 내내 에너지 레벨을 100% 유지해야 한다”는 그의 말대로 꼼꼼한 스케줄 관리와 체력 안배가 중요한 과제다.

박인비를 앞세운 코리아 군단은 올 시즌 11승을 합작하며 골프 강국의 면모를 유지했다. 신지애, 이일희, 박희영, 양희영, 리디아 고가 위너스 클럽에 가입했다. 비록 우승은 없었어도 최나연, 유소연도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 대회 트로피는 박인비의 영향을 많이 받은 펑산산(15언더파 273타·중국)에게 돌아갔다. 박인비, 유소연과 대회 기간 식사를 자주 하는 펑산산은 70만 달러의 상금을 챙겼다. 프로 데뷔전에 나선 리디아 고(16)는 공동 21위(4언더파 284타)에 올라 생애 첫 상금 1만6063달러(약 1700만 원)를 받은 뒤 “꼭 갖고 싶은 캐논 카메라를 사고 싶다”며 웃었다.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평균 69.48타로 최저 타수 선수에게 주어지는 베어트로피를 받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