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에 ‘김수영 문학관’ 개관하는 부인 김현경씨
27일 개관을 앞둔 김수영문학관에서 만난 김수영 시인의 부인 김현경 씨. 그는 “소문난 악필이었던 시인의 육필 원고를 내가 원고지로 옮겨 적던 시절이 돌이켜보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였다”고 회상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5일 서울 도봉구 방학3동 김수영문학관(27일 개관)에서 만난 김수영 시인(1921∼1968)의 부인 김현경 씨(86)는 시인이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관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으면 뭐라고 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수영문학관은 도봉구가 국비와 시비 12억5000여만 원을 들여 기존의 방학3동 문화센터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도봉구는 시인의 본가와 선영이 있던 곳. 지금도 도봉산 자락에 시인의 묘와 대표 시 ‘풀’을 새긴 시비가 있다. “시인 생전에는 이 일대가 다 논밭이었어요. 소음이라면 질색했던 시인이 일주일에 한 번씩 어머니를 뵈러 본가에 오면 누이가 쓰던 초당에 앉아 시를 짓곤 했지요.”
“1954년인가, (서울) 마포에 살 때 미군정청 직원이 쓰다 버린 탁자를 가져다 놓은 건데, 시인이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저기서 작업을 했어요. ‘풀’의 초고도 저 탁자에서 썼지요. 커다란 사전과 자료를 저 위에 펼치고 번역하던 모습이 선합니다.”
김 씨는 시인이 직접 쓴 ‘풀’ 육필 원고와 일기장, 탁자와 스탠드를 기증하거나 대여했다. 경기 용인의 김 씨 아파트에서 잠자던 유품이다. 시인의 여동생 수명 씨도 오빠의 유품 전체를 내놨다.
“많은 분들이 이곳을 찾아와 시인의 문학정신인 절대적 자유, 절대적 사랑, 자연에 대한 애착, 이 중 하나라도 느끼고 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뭐가 있겠어요.”
개관식은 시인의 생일인 27일 오전 10시 반에 열린다. 02-2091-56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