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우리로 옮길때 안전시설 허술… 대공원 뒤늦게 “CCTV 설치 검토”목 물린 사육사 의식불명 위독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호랑이 로스토프가 사육사를 공격한 사고와 관련해 서울대공원이 사육사를 안전 교육도 없이 호랑이 전시장에 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사육사 심모 씨(52)는 1987년 입사해 곤충관에 근무하다 동물원 인력 부족으로 올해 1월부터 맹수 우리에서 근무한 곤충 전문가다. 그런데 대공원 측은 맹수 우리에 전혀 경험이 없는 직원을 발령하면서도 안전 교육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공원 측은 “25년간 근무하면 대부분 업무를 잘 알아 어느 동물사건 몇 개월간 트레이닝을 받으면 동물관리를 잘할 수 있다고 봤다”고 해명했다. 또한 근무자 안전수칙은 있지만 맹수 등 동물 우리별 특성에 맞는 안전 수칙은 마련되지 않았다.
호랑이를 좁은 여우 우리에 임시로 옮기면서 안전시설도 허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토프가 원래 있던 우리(165m²)의 절반 넓이인 여우 우리로 옮겨가며 좁은 공간과 환경 변화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대책은 내부 방사장과 전시장 사이에 잠금장치를 새로 하고 철망에 중간철책을 덧대는 것에 불과했다. 사고가 발생한 사육사 이동통로와 외부 관람객과의 사이 철책은 보수하지 않아 어른 키보다 낮은 141cm에 불과했다. 이동 전 호랑이 전시장에는 전시장과 관람장 사이에 도랑을 설치했으나 여우 우리에는 도랑을 설치하지 않았다.
호랑이에게 목을 물려 신경이 크게 손상된 심 씨는 24일 오후 7시경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위독한 상황이다. 로스토프는 현재 관람객에게 전시하지 않고 있다. 서울대공원 측은 “로스토프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국내외 사례를 통해 검토한 뒤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