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5일 비. 풋사과. #유재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1987년)
올해 대상은 여대생인 민주의 ‘서울 여자’에 돌아갔다. ‘부산 여자 블루스’ 같은 노래다. 유재하 동문회 제공
오랜만에 좀 잘 살아보자고 비타민 알약을 먹는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커다란 두 알이 서로 짜고 어깨동무 상태로 내 식도를 통과했나. 숨이 턱 막혔다. 이따금 명치쯤이 찌릿찌릿 너무 아파 나도 몰래 ‘억’ 소리를 냈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식도가 긁혔을 거다. 30분 넘게 아프면 병원에 가라”고 조언했다. 40분간 아팠다. 배꼽 인사하듯 허리를 90도로 굽히고 고개는 든 채 물을 삼키라는 누리꾼의 충고가 의외로 도움이 됐다. 살았다.
어제 시작된 두 번째 삶 비슷한 것에서 처음 본 콘서트는 공교롭게 고인을 기리는 행사였다. 한양대 백남음악관에서 열린 제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본선. 50 대 1의 경쟁을 뚫은 10팀의 무대가 소박해서 놀랐다. 미리 만든 음향을 재생해주는 흔한 전자장비 하나 안 올라왔다. TV 오디션 스타에 비하면 너무 심심한 참가자들의 가창을 받치는 건 그들이 직접 한 음 한 음 뜯고 두드려 소리 내는 피아노와 기타 연주였고, 무대 위 동선은 덜 짜여 있어 자꾸 엉켰다.
솔직히 이번 대회 참가자들 노래 중에 고막을 긁을 만큼 신선한 게 없어서 아쉬웠다. 동네 뮤지션도 되지 못한 자의 되지도 않는 평가다. 근데도 난 어제 조용히 숨쉬는 노래, 살아있는 음악을 본 것 같다. 어떤 세상은 TV를 꺼야 보인다. 휴, 살았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