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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은 동반자

입력 | 2013-11-26 03:00:00

차기율 ‘순환의 여행’ 전




책, 금속, 돌이 어우러진 차기율 씨의 ‘순환의 여행―방주와 강목 사이’. OCI미술관 제공

강화도 갯벌이 도심 속 전시장에 오롯이 되살아났다. 게들이 갯벌을 들락날락하면서 만들어 놓은 ‘탑’을 하나씩 떠내 가마에서 구워 낸 뒤, 색도 형태도 제각각인 수백 개의 흙탑을 한데 모아 놓았다. 고고학적 발굴기법을 차용해 땅에 각인된 생명의 기억과 흔적을 다시 호명한 작업이다.

서울 수송동 OCI미술관에서 열리는 차기율 씨(52)의 ‘순환의 여행―방주와 강목 사이’전은 자연과 인간의 협업으로 완성된 작업을 다채롭게 펼쳐 낸다. 유기물과 무기물에 모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작가는 돌, 나뭇가지, 동물 뼈 같은 천연의 재료와 책, 스피커, 금속 같은 인공적 물품을 결합해 자연과 문명의 동반자적 관계를 성찰하게 한다.

1∼3층을 가득 채운 드로잉 입체 설치작품 하나하나에 작가의 뜨거운 열정과 내공이 스며든 알찬 전시다. 여름 별자리의 궤적을 바닥에 드로잉으로 그린 뒤 그 위로 대형 포도나무 구조물을 매단 작품은 하늘을 떠도는 방주를 떠올리게 한다. 시공간의 기억을 축적한 돌들과 함께 돌의 초상화를 모은 설치작품은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외치는 협량한 인식에 반하여 자연과 인간의 상호보완적, 순환적 관계를 일깨운다. 내년 1월 15일까지. 02-734-044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