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정부 발간 교재로 첫 시범교육… 고원초교 학생들 길건너기 체험도강사 “교재 디자인-색감 아쉬워”
서울 고원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복도에 설치된 ‘모형 횡단보도’ 위에서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방법을 실습하고 있다. “횡단보도 오른쪽에서 손을 들고 좌우를 살피며 천천히 건너야 한다”는 강사의 설명에 따라 학생들은 여러 번 반복 실습을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강사의 질문을 듣던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며 하나둘 답했다. “자동차요.” “둘 다요.” “빨강 신호 때는 뛰어가지 않고 주위를 살펴야 돼요.”
학생들의 교통안전 의식을 높이기 위한 자리였지만 운전하는 어른이 참관을 했다면 얼굴이 화끈거릴 만한 장면도 여러 번 나왔다. 최 강사가 “도로 위에서 친구들을 보호해주는 것이 무엇이 있나요. 자동차가 (길을) 비켜 주나요”라고 묻자, 아이들은 “아니요”라고 답했다. ‘횡단보도 앞에서 자동차가 잘 멈추나요’라는 질문에는 “아니요. 그냥 계속 가요”라고 입을 모았다. 어린이의 안전을 어른들이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날 교육은 ‘무단 횡단을 하지 말자’에 이어 ‘골목길(이면도로)에서는 길 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로 다니자’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우측통행을 하자’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강사의 선창에 따라 안전한 도로 횡단 5원칙을 교실이 떠나가게 크게 외치기도 했다. “첫째, (횡단보도 앞에) 선다! 둘째, (신호등을) 본다! 셋째, (왼)손을 든다! 넷째, (차량을) 확인한다! 다섯째, 건넌다!”
학생들은 복도로 나가 바닥에 설치된 ‘모형 횡단보도’를 건너며 체험 학습까지 펼쳤다. 간혹 장난을 치는 개구쟁이들도 있었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안전교육을 받는 게 즐거운 눈치였다.
윤채정 양(8)은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서 (교통)수업을 들으니 재미있고 신났어요. 평소에는 무단 횡단도 가끔 했는데… 앞으로는 하지 않을 거예요”라며 웃었다. 조유진 양(8)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오른쪽으로 건너야 한다는 것은 오늘 처음 알았어요. 앞으로는 오른쪽으로 건널 거예요”라고 말했다.
국토부와 안실련은 내년 상반기에도 시범 교육을 통해 교재와 수업 방식을 보완할 계획이다. 내년 봄 학기부터 교재로 채택하길 희망하는 학교는 안실련(02-843-8616)에 문의하면 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